새벽인력시장에 첫 등장 이동취업지원센터 “일당 10만원도 안되나…섭섭하네”
입력 2010-12-14 21:19
서울의 대표적인 ‘새벽인력시장’으로 꼽히는 신정동 네거리. 매일 오전 5시쯤 되면 일용직 건설노동자들로 붐비는 곳으로 20년 넘게 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이곳에 5t 트럭을 개조한 이동식 간이 사무실이 등장했다.국토해양부와 고용노동부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의 체계적인 일자리 알선을 돕고자 문을 연 종합지원 이동센터(일명 ‘잡 오아시스’)다. 평일 오전 5시부터 2시간 동안 구인업체와 구직자 간 일자리 정보 안내와 산재예방 교육, 노무·법률 및 대부 상담 등이 이뤄진다.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얼마나 와 닿을까.
14일 오전 4시50분 신정네거리 국민은행 앞 공터. 지원센터 외벽에는 2개의 TV 스크린이 보였다. 한쪽은 산재보험 교육용 화면이, 다른 쪽에는 센터에 등록된 건설업체들의 구인광고 내용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계산이 안 맞아.” 철근공인 정모(56)씨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푸념했다. 스크린에 뜬 건설업체의 일당 수준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 철근공의 경우 서울 지역에서는 하루 13만∼15만원 정도가 평균 일당이지만, 센터에 등록된 구인업체의 일당 수준은 8만∼10만원 수준이다.
형틀 목공(거푸집) 분야 전문 기능공인 박모(39)씨는 ‘월 140만원’짜리 구직 공고를 보면서 “저런 거 할 것 같았으면 진작 취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인부들도 “철근공 숙련자 일당이 10년째 14만원인데 10만원도 안되는 잡부 임금으로 일하라면 누가 하겠느냐”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취업알선을 통해 일당이 적은 일감보다는 차라리 인력시장에서 ‘현실적인’ 대우를 받는 게 낫겠다는 투다.
전문건설업체 하청을 받는 일부 용역업체들의 ‘늑장 임금지급’ 관행에 대한 성토도 터져 나왔다. 10년째 현장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는 이모(54)씨는 “용역업체들은 보통 두 달에 한 번씩 급여를 주는 등 횡포가 심하다”면서 “정부가 이런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고맙겠다”며 기대감도 내비쳤다.
현장센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건설근로자공제회 백종진 취업지원팀장은 “건설업계의 임금 유보 관행을 막고 건설업체의 구인정보를 공개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여러 건설현장을 순회하는 상담 서비스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센터에서는 구직 상담 1건, 노무 상담 4건이 이뤄졌다.
이른 새벽에 현장에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사람은 80여명 중 40명선. 나머지는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박재찬 기자, 유동근 인턴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