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 양육비 지원 9.3%뿐… 절반가량 정부 의존
입력 2010-12-14 21:37
여성가족부, 조손가족 1만2750 가구 실태조사
할머니 할아버지는 살림살이가 곤궁해 손자손녀를 제대로 키우지 못할까봐 걱정이고, 손자손녀는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걱정되고 충분히 뒷바라지 안 해주는 것도 야속하다. 이래저래 조손가구는 웃음이 메말라가고 있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해서인지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도우면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조손가족 실태조사에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기를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66.2%가 양육(교육)에 따른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조부모들의 평균연령이 만 72.6세로 고령인 데다 대부분(82.3%)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으로, 경제활동이 쉽지 않아 절반가량이 생계를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자녀의 친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지원받는 경우는 단 9.3%밖에 되지 않아 결국 손자녀의 양육비는 조부모의 노후생활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부모와 함께 사는 초등학생 손자녀(1만2214명)의 절반 이상(56.8%)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고령이다 보니 6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응답자 40.8%, 배우자 37.9%) 크고 작은 잔병에 시달리고 있고(응답자 33.1%, 배우자 30.8%), 거동이 불편한 이도 상당수(응답자 8.3%, 배우자 7.2%) 있어 손자녀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서도 조부모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짐작하기 어려운 나이의 손자녀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주지 않아 속상해하고(33.7%),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야속하게(20.5%) 느끼고 있다. 이밖에 손자녀들은 학교 공부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31.9%)는 바람과 함께 준비물이나 현장학습 등이 무료면 좋겠다(27.7%), 행사에 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24.0%)고 답해 부모의 빈 자리를 크게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과 후에 학원이나 독서실에 다닌다고 응답한 초등학생은 32.8%밖에 안됐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중고생 손자녀들은 조부모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어려움을 제일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의 76.5%가 조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원에 경제적인 생활비 지원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장래희망 실현을 위한 지원에도 장학금(26.9%) 지원보다 생활비(49.8%) 지원을 꼽을 만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부모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93%) 손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63.5%) 또는 부모가 찾으러 올 때까지(29.5%) 키우겠다고 답하고 있다. 중고생 손자녀들도 절반 이상(57%)이 조부모가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 살겠다고 응답해 가족 유대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부 관계자는 “조손가족이 가족 유대가 강한 만큼 기본적으로 가족 해체적 지원책이 아닌 가족 유지적 지원책이어야만 한다는 점을 본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한부모가족지원법과는 다른 조손가족 특성에 맞는 ‘조손가족 지원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조손가족은 하나의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서 일정 수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는 조손가족과 관련된 정책이 한부모가족지원법 체계 내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한부모가족의 자활능력 배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조손가족에게는 이 같은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려워 별도의 법체계가 필요하다.
현행 복지지원 체계 속에서도 조손가족은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 지원에 따라 가계 지원을 받고는 있으나 일반 저소득층 가구를 기준으로 한 획일적인 지원 기준이 아니라, 조손가족만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원 기준이 필요하며, 손자녀의 양육 상담 및 조언을 조부모의 눈높이에 맞춘 상담서비스와 조손가족이란 특수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동 및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서비스 등의 방안도 아울러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한편 여성부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관련부처와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키로 했으며, 이에 앞서 우선 내년부터 부산 인천 충남 전북 등 4개 시도에서 아동학습도우미를 지원하는 등의 ‘조손가족 통합지원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뒤 2012년부터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