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파동 이후 ‘생협’ 떴다… 친환경 농산물 안정된 가격에 공급
입력 2010-12-14 21:19
농산물 시장은 언제나 불안정하다. 올해 ‘배추 파동’처럼 심각한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는가 하면 가격 폭락으로 밭을 갈아엎는 일이 생긴다. 배추 파동을 겪으면서 농산물의 극심한 수급 불균형에 영향을 덜 받은 생활협동조합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14일 국내 최대 생협 조직인 ‘한살림’에 따르면 지난 10월 조합원 수는 전달보다 약 20%가량 늘어난 24만590명이다. ‘두레생협’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합원 수가 증가해 10월 말 현재 8만4712명으로 늘었다. 이는 10년 전인 2000년 8300명보다 10배 이상, 2008년 4만8390명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서울 남부 두레생협에서 일하는 이향순씨는 “11월 이후 (매장의) 매출이나 조합원 수가 10% 정도 늘었다”며 “배추 파동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생협의 장점은 직거래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한다는 점이다. 생협에서 판매하는 농산물 가격은 생산비용을 기초로 물가 변동을 반영해 결정된다.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적정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 또 한 해 전 공급량을 예측해 농민과 계약을 맺기 때문에 수급 또한 안정적이다. 가격도 미리 정해지기 때문에 수확철 공급이 달려도 가격이 추가로 오르는 일이 없다.
서울 봉천동 한살림 매장에서 만난 정은주(45·여)씨는 “생협에서 파는 유기농 제품들이 처음엔 비싸다 싶었지만 오히려 필요한 만큼만 사게 돼 알뜰하게 살림할 수 있다”며 “가격이 정해져 있으니 배추값이 크게 올랐을 때도 다른 사람들보다 싸게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생협은 가입비나 조합비를 내고 조합원이 돼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에서는 가격에 차등을 두고 누구나 생협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놨다. 한살림 조직홍보부 김현경 과장은 “생협의 순기능이 많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며 “더 많은 소비자들이 좋은 품질의 생협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려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김유나 인턴기자 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