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선거 정책토론회, 김동권 길자연 후보 무슨 얘기 주고받았나?

입력 2010-12-14 18:09


[미션라이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김동권 길자연 목사(기호 순)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14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렸다.

이정익(신촌성결교회) 목사와 박명수(서울신대) 교수가 질문자로 참여한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한기총의 정체성과 타종교(특히 불교)와의 관계, 대정부 이슈 및 한기총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충실하게 답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불꽃 튀는 정책 대결보다는 공약 중심으로 답변이 이뤄져 다소 맥 빠진 듯했다. 그러나 김 목사가 원론적인 수준에서, 방어적 답변 모드에 그쳤다면 길 목사는 상당한 공약 내용을 적절하게, 공격적으로 담아냈다는 인상을 풍겼다.

두 후보는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대해선 대동소이한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 WCC의 행적이 성경적 신앙과 신학에서 벗어났던 것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하지만 WCC 총회 유치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건 합당치 않다고 했다. 길 목사는 “(교단간) 연합은 가능하지만 (신앙의) 혼합은 불가하다”면서도 “WCC 총회를 유치한 한기총 내 교단 및 개인 등과 협의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WCC 총회 반대 또는 지지는 한기총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며 “한기총은 한국교회가 바른 신앙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단 사이비 문제에 대해선 다소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김 목사는 “이단의 성격 규정에 있어 적잖은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면서 “한기총은 좌우로 치우지 않아야 하고 성경을 절대 가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좌경신학이나 신신학을 통해 성경을 얇게 하거나 자기 체험이나 꿈을 통해 성경의 분량을 두껍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인본주의적 비성경주의는 반드시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목사는 “99% 같은 말을 해도 1%가 성경에서 벗어나면 이단이 될 수 있다”면서 “각 교단이 규정한 이단 및 이단성 교단 및 단체에 대한 보고서를 참고, 존중하되 이들에 대한 해제엔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 목사는 “설사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라 해도 이를 감시할 수 있는 기구 또한 필요하다. 이는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여과과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타종교와의 갈등 문제 및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다소 달랐다. 길 목사는 “한기총이 7개 종단지도자협의회(종지협)에 가입돼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 기구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한편 한국교회 성도들을 위해 타종교에 대해 가져야 할 기독교의 입장을 담은 책자와 비기독인들을 위한 기독교 입문서를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종지협에서 상대 입장을 소극적으로 청취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기독교의 특수 상황과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내세우는 게 더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길 목사는 “전국 1000곳이 넘는 기도원을 통해 ‘처치 스테이’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정부로부터 5∼6년간 3000억원의 문화기금을 조성해 기독교다움을 이 민족 앞에 제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 목사는 “한국 기독교가 개교회주의 또는 대교회주의이다 보니 구심점을 형성하는 게 힘들다”면서 “한국교회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많은 선한 사업을 하고 있으니 이를 좀더 널리 홍보해 기독교의 존재 이유를 드러내도록 대표회장이 되면 힘쓰겠다”고 했다.

대정부, 정치와 관련해 길 목사는 “대통령이 장로이기 때문에 타종교로부터 받는 오해는 어쩔 수 없는 십자가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다 해서 한국교회가 친정부 입장에만 서는 게 아니라 성경말씀에 위배된다면 언제든지 정부와 각을 세울 수 있다”면서 2003∼4년 노무현 정부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지만 7차례 기도운동을 한 것을 그 예로 제시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특정 (대선 또는 총선) 후보에 밀착돼서는 안 된다”면서 “앞으로 대선과 총선 상황에서 한기총은 엄정 중립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각 교회 성도들이 자기 분야에서 주권 행사를 바로 할 수 있도록 계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북 지원에 대해 길 목사는 “성경이 말하는 이웃 사랑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며 “그러나 대북지원창구를 일원화해 보다 효과적으로, 적극적으로 북한 동포를 돕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북한을 돕는 것은 아무 문제되지 않지만 북한 체제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으로 변질되면 결코 안 된다”고 했다.

두 후보는 이밖에 사학진흥법 제정, 기독교에 대해 왜곡된 역사(사회)교과서 기술 바로잡기, 동성애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에 대해서는 동일한 입장을 피력했다. 길 목사는 “이 모든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면서 “‘행동하는 잔 다르크’가 되겠다”고 했다. 김 목사는 “사후약방문식 대처는 안 된다”면서 “회원 교단 및 단체들과 힘을 합쳐 보다 현실적인 대처 방안을 도출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