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정책토론회… 기호 1번 김동권 목사 vs 기호 2번 길자연 목사

입력 2010-12-14 18:11


제17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김동권 길자연 목사(기호 순)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14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렸다.

이정익(신촌성결교회) 목사와 박명수(서울신대) 교수가 질문자로 참여한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한기총의 정체성과 타종교(특히 불교)와의 관계, 대정부 이슈 및 한기총 발전방안 등에 대해 나름대로 충실하게 답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정책 대결보다는 공약 중심의 답변이 많아 다소 맥 빠진 듯했다.

두 후보는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대해선 대동소이한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 WCC의 행적이 성경적 신앙과 신학에서 벗어났던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WCC 총회 자체의 유치를 무조건 반대하는 건 합당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단 사이비 문제에 대해선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김 목사는 “(이단의 성격 규정에 있어서) 한기총은 좌우로 치우치지 않아야 하고 성경을 절대 가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좌경신학이나 신신학을 통해 성경을 얇게 하거나 자기 체험이나 꿈을 통해 성경의 분량을 두껍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인본주의적 비성경주의는 반드시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목사는 “99% 같은 말을 해도 1%가 성경에서 벗어나면 이단이 될 수 있다”면서 “각 교단이 규정한 이단 및 이단성 교단 및 단체에 대한 보고서를 참고하고 존중하되 이단 또는 이단성 해제엔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길 목사는 “설사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라 해도 이를 감시할 수 있는 기구 또한 필요하다”며 여과과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타종교와의 갈등 및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다소 달랐다. 길 목사는 “한기총이 7개 종단지도자협의회(종지협)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 기구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한편 한국 교회 성도들을 위해 타종교에 대해 가져야 할 기독교의 입장을 담은 책자 등을 배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종지협에서 상대 입장을 소극적으로 청취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 기독교의 특수 상황과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는 게 더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길 목사는 “전국 1000곳이 넘는 기도원 등을 통한 ‘처치 스테이’ 운동을 펼쳐나가기 위해 정부로부터 5∼6년간 3000억원의 문화기금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 목사는 “한국 교회가 수많은 선한 사업을 하고 있으니 이를 좀더 널리 홍보해 기독교의 존재 이유를 드러내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대정부, 정치와 관련해 길 목사는 “한국 교회는 친정부 입장에만 서는 게 아니라 성경 말씀에 위배된다면 언제든 정부와 각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며 2003∼4년 노무현 정부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고 7차례나 기도운동을 한 것을 그 예로 제시했다. 김 목사는 “한국 교회가 특정 (대선 또는 총선) 후보에 밀착돼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대선과 총선 상황에서 한기총은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이밖에 대북 지원, 사학진흥법 제정, 기독교에 대해 왜곡된 역사(사회)교과서 기술 바로잡기, 동성애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에 대해서는 거의 동일한 입장을 피력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