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정·청 책임 떠넘기기 볼썽사납다
입력 2010-12-14 17:50
내년도 예산안이 ‘난투극 국회’에서 강행 처리된 지 1주일이 지났음에도 후폭풍이 거세다. 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할 뿐 수습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도 수습에는 관심이 없고 대여 공세에 올인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
예산안 처리 후 당·정·청의 행보를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맡겨도 되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강행 처리의 불가피성을 국민들에게 적극 설명하고, 예산안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 방법을 재빨리 내놔야 한다. 당·정·청은 당연히 한목소리를 내야 함에도 중구난방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불러 “우리가 바보인가. 당의 요구를 왜 뺐느냐”고 질책했으나 윤 장관은 예산편성의 원칙을 강조하며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중진들은 고흥길 정책위의장 경질을 사실상 청와대가 결정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고, 청와대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안 대표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당·정·청의 갈등이 계속되면 사태의 조기 수습은 어려워진다. 지금이라도 3자가 한 몸이 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도 막무가내 장외투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여권이 예산안을 무리하게, 또 졸속으로 처리한 측면이 있지만 그것을 핑계로 이명박 정권을 독재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오버다. 4대강 예산안을 전면 무효화하고 추경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애당초 4대강 사업 포기를 요구하며 예산안 심의에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것이 강행 처리의 빌미가 됐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형님 예산’이니 ‘영부인 예산’이니 하면서 과도하게 정치공세를 펴는 것도 좋게 비치지 않는다.
지금은 여야가 국민의 입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일부 잘못된 예산안을 바로잡는 데 진력할 때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