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법인 서울대도 영문명은 SNU?
입력 2010-12-14 17:45
오늘날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한 ‘LG’는 치약을 만드는 럭키와 라디오를 생산하던 금성사가 합병하면서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그럼 LG에서 분리된 GS그룹의 ‘GS’는 무슨 의미일까. 오래 생각할 필요 없다. 금성사를 뜻하는 Gold Star의 머리글자다.
글로벌 사회에서 영문 이니셜 브랜드는 대세다. 그리고 브랜드는 짧을수록 좋다. 그래야 소비자들에게 쉽게 각인되고 오래 기억된다. 굳이 어원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소비자 관심은 현재 브랜드에 있지, 어원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도 내용도 없이 영문 이니셜을 브랜드로 내놓는 것도 뜬금없어 보인다. 누가 물어보면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을까. SK(선경)나 CJ(제일제당)처럼 어원이 분명하면 괜찮지만 따로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LG가 럭키와 금성사의 이니셜이라는데, 그렇다면 GS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애초에 금성사에서 따왔지만 LG의 ‘G’와 중복되니 뭔가 별도의 의미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그룹 홈페이지에는 ‘Grow with uS’라는 표현이 떠있고 ‘함께 가는 내일’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어떤 이는 Good Service의 이니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이 KT&G다. 원래 한국담배인삼공사(Korea Tabacco & Ginseng)가 본명이었으나 인삼공사를 별도법인으로 분리하고 민영화하면서 기업 이름을 아예 KT&G로 바꿨다. 그리고 새로 만들어 낸 KT&G의 원어가 ‘Korea Tomorrow & Global’이다. 견강부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서울대학교가 법인화법 통과로 2012년부터 ‘학교법인 서울대학교’로 바뀌면서 영문명 SNU(Seoul National University)의 변경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을 뜻하는 ‘N’을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서울대는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세계 속에서 SNU의 브랜드 가치가 크고, 다른 나라에서도 법인대학에 National이나 State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국립대학과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인다. 법인화로 실속을 다 차리고, 국립(National)이라는 용어의 프리미엄까지 챙기려 한다는 눈총을 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이미 국제사회에 각인된 SNU를 바꾸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고민을 해보면 KT&G처럼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