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3대 거장 작품 한자리에… 김종영미술관 신관 개관 기념 ‘연리지, 꽃이 피다’ 전
입력 2010-12-14 17:32
김환기(1913∼1974) 김종영(1915∼1982) 장욱진(1918∼1990). 전쟁이 휩쓸고 간 황폐한 터전에서 따스한 우정을 나눈 한국현대미술의 3대 거장이다. 절친한 친구 사이로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함께 교수생활을 했던 세 작가의 1950∼60년대 작품을 모은 전시가 16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에서 열린다.
이번에 개관한 신관은 기존 미술관 옆에 약 800㎡(240평) 규모로 지어졌으며 경남 창원에 있는 조각가 김종영 생가의 사랑방 이름을 따 ‘사미루(四美樓)’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기존 건물은 ‘불각(不刻)의 미(美)’를 강조했던 김종영의 예술관에서 따온 ‘불각재(不刻齋)’라는 이름으로 김종영 작품 상설 전시공간으로 꾸며진다.
‘숙명에 사로잡힌 야인’ 장욱진, ‘천의무봉한 풍류인’ 김환기, ‘엄숙한 미의 수도자’ 김종영의 작품이 나란히 걸리는 이번 전시 제목은 ‘연리지(連理枝), 꽃이 피다’. 서로 다른 그루들이 얽혀 하나의 결을 이룬다는 의미처럼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한국미술이라는 하나의 꽃송이를 피운 세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는 뜻을 담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장욱진의 1959년작 ‘물고기’는 물고기의 형상을 사각과 삼각의 색면으로 분할해 구성한 작품이다.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 ‘산과 달’은 달이 뜬 고향 전남 신안 기좌도의 풍경을 푸른빛으로 표현한 것으로 고요한 밤바다의 느낌을 선사한다.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인 김환기의 1957년작 ‘영원의 노래’는 어렵게 빌려온 작품이다.
유화 작업뿐 아니라 색다른 멋을 풍기는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0점이 소개되는 장욱진의 소묘들은 타올 위에 매직펜으로 그리거나 종이에 사인펜으로 슥슥 그린 것이다. 김환기가 뉴욕에서 작업하던 시절 신문지 위에 그린 그림들과 김종영 작품의 바탕이 됐던 수묵드로잉도 볼만하다. 김종영의 조각 중에서는 철을 용접한 1958년작 ‘전설’이 눈길을 끈다.
김종영미술관이 2002년 설립된 후 유화 작품이 걸리기는 처음으로 이번 전시를 계기로 기존의 조각전문미술관에서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종합전시공간으로 거듭난다. 최열 학예실장은 “조각은 야외 전시가 제 맛인데 실내에 갇혀있다 보니 답답한 면이 많았다”면서 “조각전은 물론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개인전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02-3217-648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