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통계 대해부-③당뇨병] 진료율도 ‘都高農低’… 도시 사람이 더 잘 관리
입력 2010-12-14 21:28
만성질환 증가율이 도시와 농촌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가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시·군·구별 만성질환 진료인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당뇨병 진료인원이 30% 이상 늘어난 곳은 충남 천안시(88.9%) 울산 북구(48.9%) 경기도 화성시(47.6%)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40.0%) 등 8군데로 대부분 도시 지역이었다. 반면 당뇨병 진료인원이 30% 이상 감소한 7곳은 제주 서귀포시(42.6%) 경남 의령군(38.5%) 경북 청도군(35.0%) 예천군(34.0%) 등으로 거의 다 농촌 지역이었다.
의료사회학자들은 의료비 지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이 통계에 숨어있다고 해석했다. 도시 사람이 경제적 능력을 바탕으로 만성질환을 더 잘 관리하고 있고, 그런 현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뇌혈관질환과 고혈압도 비슷=도시 지역에서 진료인원이 더 많이 증가한 질환은 당뇨병만이 아니다. 뇌혈관질환과 고혈압도 도시에서 진료인원 증가율이 더 높았다. 고혈압 진료인원 증가율 상위 시·군·구는 충남 천안시와 경기도 화성시, 울산 북구,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등이다. 뇌혈관질환 진료인원 증가율 상위 시·군·구에도 충남 계룡·천안시와 대전 유성구, 경기도 과천시 등이 포함됐다.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만성질환 진료인원이 오히려 줄고 있다. 경북 의성·청송·청도군, 충남 서천군, 전북 순창군 등 지역에서 뇌혈관질환 진료인원이 30% 이상 감소했다. 고혈압 진료인원도 경남 합천·의령군, 경북 예천·의성군, 전남 장흥군 등지에서 두드러지게 줄었다.
의사 및 관련 전문가들은 만성질환이 갖고 있는 ‘관리’라는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에서 만성질환이 더 많이 ‘발병’한다기보다 더 많이 ‘관리’되고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즉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들은 병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병원을 찾는다. 질환에 관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정보 취득 능력이 있으면서 사회경제적 수준이 비교적 높은 도시 지역 사람일수록 만성질환을 잘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도·농 간 만성질환 증가율 차이는 의료비 지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반증일 수 있다는 뜻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만성병을 지니고 있는 사람도 병원에 가지 않으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조건에 있는 사람이 도시에 더 많다”고 말했다.
진료인원 증가율 상위 시·군·구가 대부분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가 아니라 중소도시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는 대도시에서는 만성질환에 관한 관심이 이미 최고조에 이르러 진료인원이 더 이상 증가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서울 등 대도시는 건강에 관한 관심이 크게 일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진료인원 증가율이 최고였을 가능성이 있다.
◇비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의료계 일각에서는 진료인원 증가율이 높은 곳의 병·의원 비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일부 못된 병원이 감기 등 단순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의료 수가를 높이려고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로 둔갑시켜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노인들이 가벼운 호흡기 질환으로 내원하면 천식으로 등록해 수가를 높이는 병원이 여럿 있다고 들었다”면서 “만성질환의 경우도 진료인원 증가율이 지나친 곳은 일부 병원의 거짓 청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병·의원과 약국 13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대부분 내원일수를 늘렸거나 이중으로 진료비를 청구한 곳이지만 가벼운 질환을 만성질환으로 허위 청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농촌 지역에서 만성질환 진료인원이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는 인구의 자연 감소다. 농촌 지역은 노인 인구가 사망하면 그 자리를 채울 중·장년층이 20∼30년 전부터 부족했다. 만성질환은 고령일수록 많이 나타나므로 농촌 지역에 노인이 줄면서 고혈압 및 당뇨병 진료인원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당뇨병 진료인원 20·30대는 감소=당뇨병도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50대 초반 남성에서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50대 초반 남성 당뇨병 진료인원은 2004년 12만9351명에서 2006년 15만1932명, 2008년 17만3438명으로 4년 사이 34.1%나 늘었다. 같은 기간 50대 초반 여성 증가율은 남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0%였다.
당뇨병 진료인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 구간은 ‘65세 이상’으로 증가율이 남성은 47.3%, 여성은 38.5%였다. 인구 고령화에 수반된 현상으로 분석된다.
20·30대는 당뇨병 진료인원이 오히려 줄고 있다. 30∼34세 구간은 진료인원이 2004년 3만8235명에서 2008년 3만3263명으로 13% 감소했다. 20∼24세 구간도 18.8% 감소했다. 20∼44세까지 35∼39세 남성 구간(3.8% 증가)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별, 성별 구간에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당뇨병도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해마다 진료인원이 늘었다. 2008년 당뇨병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4만6365명으로 2004년 171만2087명에 비해 33만여명 많아졌다.
특별기획팀=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