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성탄절, 멈췄던 시계 초침이… 의사 아버지가 쓴 병상일기 ‘현준이와의 특별한 여행’

입력 2010-12-14 17:52


의사 아버지가 쓴 병상일기 ‘현준이와의 특별한 여행’/조성덕/오래

조성덕(아이비성형외과) 원장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진 아들의 회복 과정을 지켜본 석 달간의 감성기록이다. 의사의 입장이 아닌 환자와 보호자의 애타는 마음을 담았다.

지난해 12월 19일, 조 원장은 아들 현준(22·영국 임피리얼 대학)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다는 아내의 울부짖는 소리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그의 시계는 12월 19일에 멈췄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에게 9년 동안 매일 아침 이메일을 보낸 정 많은 아버지였다. 또 ‘사나이들만의 여행’이라며 단 둘이서 자주 여행을 다녔던 아버지와 아들이었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들의 손을 잡고 아들의 회복을 간구했다.

그러나 그는 안타까운 사고를 통해 아들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며, 의사로서도 많은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25년간 의사 생활을 하면서 우리 아들 같은 환자를 많이 봐 왔다. 그러나 난 마치 배우들이 감독으로부터 배역을 받듯 하나님께서 나에게 의사의 역할만 주신 것처럼 생각해 왔다. 그러나 아들의 사고를 겪으며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의사의 역할만 하라고, 또 환자의 역할만 하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조 원장은 지난 시간은 고난이었지만 아들과 함께하는 또 다른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다행히 그의 멈춰버린 시계의 초침은 그해 성탄절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식불명의 아들이 7일 만에 눈을 뜬 것이다. 이후 아들은 차츰, 조금씩, 천천히 회복돼 갔다. 현재 아들은 건강을 회복해 영국으로 다시 떠났다.

조 원장은 현재 대학병원의 교수란 타이틀을 벗어 던지고 조그마한 개인병원 원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바쁘게 살면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가 끔찍한 기억으로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되기보다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지금도 중환자실 앞에서 애태우는 수많은 환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책을 썼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