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음악 먹고 자란 아이들… 하늘 높이 날았다
입력 2010-12-14 14:48
남해 삼동초등학교 교육 역전 드라마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경남 남해군. 이곳의 작은 시골학교 어린이들이 음악을 통해 신나는 교육 역전드라마를 펼치고 있다.
전교생이래야 고작 76명인 남해군 삼동면의 삼동초등학교(교장 박광옥·60)의 이야기다. 사교육의 변방지대인 이 학교 어린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과 후에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이 방과 후 시간을 알차게 보내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를 놓고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음악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높일 수 있는 학습지도계획안이 마련됐다. 이 계획안으로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꽃씨앗학교’에 선정되면서 정부 지원을 받아 다양한 악기를 구입했다.
학교는 풍물반, 가야금반, 뮤지컬반 등을 만들고 외부강사를 초청해 본격적인 방과 후 수업에 나섰다. 그 결과 어린이들은 누구나 국악과 서양음악을 넘나들며 기본적으로 2개 정도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됐다. 5학년 김준현 군은 “도시에서 이곳으로 전학 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많고, 전국에서 저희 학교를 배우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요!”라며 뽐낸다.
아이들은 악기를 연주하고 함께 뮤지컬을 공연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집중력과 단합을 요구하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면서 협동심도 배웠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면서 학과목 성적도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 2010년도 국가수준 학업평가에서도 기초학력미달 0%, 보통학력이상 98.4%로 경남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이들의 표정이 참 밝다”는 기자의 말에 이 학교 이혜진(31) 교사는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은 하늘 높은 줄 몰라요”라며 행복해한다.
남해=사진·글 김민회 기자 kimm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