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토브리그’ 돌입… 빅딜·영입·방출 선수 ‘트레이드 전쟁’ 포문
입력 2010-12-14 17:45
지난주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끝나고 사실상 올 시즌 프로야구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토브리그는 이제 시작됐다. 원래 스토브리그란 시즌이 끝나고 사람들이 스토브(stove·난로) 앞에 앉아 트레이드, 선수계약 등을 흥정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올해 스토브리그도 선수 보강을 위한 각 구단의 치열한 트레이드 전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갖가지 이유의 트레이드=KBO에 따르면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트레이드는 서정환 전 KIA 감독이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12월 7일 삼성에서 해태로 자리를 옮긴 이후 총 236회가 이뤄졌다. 물론 각 구단이 트레이드를 결정하는 이유 대부분은 전력 보강이었다. 86년 OB에서 해태로 둥지를 옮긴 한대화 한화 감독은 해태에서 선수로 뛴 9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6번을 우승하며 그 주역이 됐다.
구단 및 감독과의 불화 때문에 스토브리그에 오르내려 결국 유니폼을 바꿔 입는 경우도 많았다. 88년 선수노조 결성을 주도했던 롯데 에이스 최동원은 삼성의 에이스 김시진과 맞트레이드됐다. 2000년대 초에는 선수협 결성으로 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롯데는 2001년 1월에도 선수협 결성을 주도하던 마해영을 삼성으로 보내고 김주찬과 이계성을 받아들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외환위기 등 구단의 재정난으로 인한 선수 트레이드도 생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90년대 쌍방울이다. 쌍방울은 97년 11월 박경완을 시작으로 김기태, 조규제, 김현욱 등 주축 선수들을 현대와 삼성에 팔았다. 쌍방울 이후 10여년이 지난 2009년에도 히어로즈(현 넥센)가 ‘선수 대량 바겐세일’을 단행했다. 장원삼, 이택근, 이현승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현금 트레이드로 각각 삼성, LG, 두산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올해 7월에는 황재균이 롯데 김민성, 김수화와 맞트레이드됐다.
◇이득 본 팀은 어디=스토브리그에서 트레이드로 재미를 본 팀은 현대와 KIA다. 반면 LG는 방출시킨 선수가 큰 활약을 펼치자 땅을 친 대표적인 팀이다. 현대는 쌍방울에서 박경완과 조규제를, 두산에서 심정수를 영입해 2000년대 초반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으며 ‘현대왕조’로 이름을 떨쳤다. 삼성은 대부분 트레이드에서 재미를 못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수협 결성을 주도해 불러들였던 마해영이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시원한 끝내기 홈런 한 방을 터뜨려 한국시리즈 첫 우승이라는 기쁨을 맛봤다.
2000년대 후반에는 KIA가 트레이드 덕을 톡톡히 봤다. 2009년 4월 LG에 강철민을 내주고 받은 김상현은 그 해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1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시켰다. 앞서 KIA는 현재 1번 붙박이인 이용규도 2004년 LG에서 데리고 왔다.
반면 LG는 데리고 온 선수마다 줄줄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트레이드 잔혹사’의 한 획을 쓰고 있다. 1998년 1승6패의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둔 임선동을 현대 안병원과 트레이드했지만 정작 임선동은 2년 뒤 다승왕을 차지했고 현대 우승의 주역이 됐다.
◇‘뜨거운 감자’ 넥센=올해 스토브리그는 뜨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을 깨고 박진만이 그 서막을 알렸다. 삼성은 지난달 유격수 박진만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후 박진만은 각 구단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으며 주가가 폭등했다. 결국 박진만은 고향 팀인 SK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앞으로의 스토브리그 흥행의 열쇠는 넥센이 쥐고 있다. 넥센은 팀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스토브리그에서는 최강자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렇다할 대형 트레이드가 없었다. 하지만 넥센이 등장하며 대형 사건은 넥센에서 터졌다. 이미 2008년 삼성에 장원삼을 30억원을 받고 팔려다 각 구단의 반대에 제동이 걸려 트레이드가 무산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도 일으켰다. 또 지난해에는 구단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주축선수들을 각 구단에 팔아넘겨 ‘선수 장사’라는 말도 남겼다.
올해에도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은 손승락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게 된 강정호에 대한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스토브리그가 시작됨과 동시에 3∼4개 구단이 KBO에 이들의 트레이드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넥센은 당장은 현금 트레이드도 없고, 두 선수에 대한 트레이드도 없다고 했다. 올해도 최근 2년과 같이 넥센발 스토브리그 광풍이 불지 지켜볼 일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