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정부가 입 열었다… 인권위, 국가차원 중장기 로드맵 첫 제시
입력 2010-12-13 21:59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위한 국가기관 차원의 정책 로드맵이 처음 제시됐다.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고 주한 외국 대사들이 참여하는 회의체 구성 방안도 담겼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3일 서울 무교동 인권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주민, 탈북자,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등을 대상으로 한 ‘북한 인권 로드맵’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등 북한 당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권침해 행위 근절을 2012년까지 이뤄야 할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 감시와 압박이라는 ‘채찍’과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위한 경제제재 완화라는 ‘당근’이 동시에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총리실 산하에 대북인권 종합 전략을 담당할 ‘북한인권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주한 미·일 대사 등과 북한 인권 문제를 공유할 ‘북한인권클럽’을 운영하도록 제안했다.
중기 목표(2015년)는 북한이 국제 인권규범을 받아들이고 북한 내 인권보호 제도를 구축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인권위는 이 단계에서 정부가 법치교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북한과 인권대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로드맵은 북한이 인권친화적인 정권으로 바뀌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인권위는 이를 위해 북한 내 독립적 인권기구 창설, 사법부 독립 보장 등을 장기 목표(2015년부터)로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책권고의 대부분이 실현 가능성이 없어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위가 제시한 로드맵에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일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보수층의 주장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권위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 강제 송환된 탈북자 처벌 중지 등 북한이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요구를 제시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정책 제안을 거절하면 단계별 실천안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시행이나 ‘북한 정부의 인권 개념 변화 유도’ 등 추상적인 내용도 많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북한과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며 “계획안이 추진됐을 때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이 향상된다는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한국이 추진할 수 있는 정책과 계획을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 북한에 제시했다는 데 로드맵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