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대책회의’ 표현에 발끈한 청와대… “예산안 강행처리 MB 뜻 아니다”
입력 2010-12-13 21:34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지난 11일 비공개 회동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발끈했다. 이 대통령이 내년 예산안 통과에 노력한 한나라당 지도부를 위로하는 저녁자리였을 뿐인데, 예산안 강행처리에 따른 ‘대책회의’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이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이른바 ‘대책’은 논의되지 않았고, 대통령은 저녁을 한 뒤 바로 관저로 올라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참석자도 “막걸리 몇 잔이 돌기는 했지만, 고흥길 정책위의장 사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며 “이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난 이후 고 정책위의장이 자신의 사퇴 문제를 꺼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대책회의라는 용어에 민감한 것은, 예산안 강행처리와 고 정책위의장 사퇴가 이 대통령의 뜻인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예산안 강행처리를 이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인사들마저 이날 “청와대가 고 의장 사퇴를 결정한 것처럼 보도됐다”고 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로서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마저 이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누는 상황이 곤혹스럽다.
안상수 대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감지된다. 안 대표가 연평도 포격 사건, 예산안 강행처리 후폭풍을 겪으면서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참모 문책 인사도 고심을 거듭하는 스타일인데, 여당 정책위의장을 경질하라는 얘기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안 대표가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만찬 모임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남도영 김나래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