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지표 10개중 9개 하향… 2011년 경기 심상찮다
입력 2010-12-13 18:21
경기 둔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통계청 등이 발표하는 공식 지표는 물론이고 보다 ‘실시간’으로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비공식 속보지표들도 차분해진 시장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보지표는 공식 경기지표들이 대체로 한 달 이상의 시차를 갖고 있어 생기는 체감 경기와의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참고하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백화점 할인점 매출, 휘발유 사용량 등의 비공식 통계치를 말한다. 게다가 향후 경기를 예고해주는 경기 선행지표들도 대부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13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대표적인 속보지표인 11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6.0% 증가했지만, 전달인 10월의 전년 대비 증가율(19.5%)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백화점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1% 증가, 10월(13.3%) 증가율에 크게 못 미쳤다. 다만 할인점 매출액은 지난달(전년 동월 대비 0.0%)에 비해 다소 상승한 1.9%를 나타냈다. 올 초 이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민간소비가 둔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를 한 발 앞서 나타내는 선행지표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경기 선행종합지수는 128.7로 전달에 비해 0.7% 떨어졌다. 선행종합지수가 하락한 것은 6개월 만이다.
특히 선행지수의 10대 세부항목 중 종합주가지수를 뺀 나머지 9개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10개 지표 중 9개 이상이 마이너스가 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던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건설수주액은 지난달보다 29.0% 떨어졌고, 기계수주액(-6.0%), 자본재수입액(-0.7%), 순상품교역조건(-0.1%), 금융기관유동성(-0.1%) 등도 줄줄이 떨어졌다. 소비자기대지수와 구인구직 비율 등도 마이너스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빠르게 회복했는데 올 하반기 들어 생산 활동이 둔화되고 재고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면서 “선행지수를 보면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어떤 시장에서든 버블(거품)이 형성된다는 특별한 시그널을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시장에서 거품으로 해석될 징후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 총재는 또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내년에도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