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기밀 새나가는 국회가 불안하다

입력 2010-12-13 17:53

국가 기밀이 공공연하게 누설되고 있다. ‘한국판 위키리크스’는 국회 정보위원회가 주범이다. 정보당국자의 비공개 답변이 무분별하게 공개되고 있다. 정보위 여야 간사들은 주목도가 높은 정보를 브리핑함으로써 개인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근거 규정도 없는 정보위 브리핑제도의 폐해를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 규칙을 세밀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알권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안위에 관한 일이다.

정보위원들이 과시 삼아 사석에서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유형은 가려낼 방법도 없다. 2006년 당시 김승규 국정원장은 2004년 8건, 2005년 23건의 기밀이 정보위에서 유출됐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정보위원들의 상식과 애국심을 믿는 수밖에 없지만 현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불안한 구석이 있다.

정보기관 간부들이 정보위의 이 같은 취약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국정원이 8월에 북한 무선통신을 감청해 서해5도 공격계획이 있다는 걸 알았으나 11월 공격은 북한이 유선통신을 사용해 감청하지 못했다는 민감한 내용도 지난 1일 즉각 브리핑됐다. 위키리크스가 따로 없다.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이 답변하다가 정보위원들의 압박에 밀려 정보를 과잉 공개하게 되는 것이다.

의원들 스스로 자제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보위원이 국가 기밀을 누설하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국회법 조항

을 사문(死文)으로 놔두지 말아야 한다. 미국 의회 정보위는 상세한 의사규칙과 예규에 따라 운영된다. 브리핑제도는 아예 없고 비밀정보를 공개하려면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비밀정보를 유출하면 정보위원직을 박탈당하거나 의원직에서 제명된다.

위키리크스 증후군은 국회뿐이 아니다. 안보의식이 느슨해져 있는 동안 곳곳에 구멍이 났다. 민주당 서종표 의원은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에서 간첩을 남파할 필요가 없다. 국방일보를 보면 세밀하게 나와 있다”며 분별없는 군사 사항 노출을 개탄했다. 군도 정보기관도 국회와 언론의 압력에 적절하게 대응할 매뉴얼이 없다. 알권리와 국가안보를 조화시키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