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너희들만 똑똑하냐” 윤증현 “黨도 원칙 지켜야” 고성회동… 당·정·청 ‘예산안 내홍’

입력 2010-12-14 00:48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의 후폭풍이 연일 여권을 강타하고 있다. 예산 누락 책임 공방에서 시작된 여당 내 파문이 정부와 청와대로 번지면서 이곳저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과연 당이 독자적으로 운영되는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끌려 다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며 “당의 지지는 국민으로부터 오지 청와대로부터 오는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1일 열린 당·청 회동 다음날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사퇴하면서 청와대가 당 인사에 관여한 것처럼 알려진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홍 최고위원은 “의장석의 몸싸움을 보면서 1996년 노동법 기습처리를 생각했다”며 “당시 우리는 승리했다고 축배를 들었지만 그것이 YS(김영삼)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다”고 지적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당·청 관계가 일방적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한구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당 지도부가) 끌려 다니는 문제에 대해 의원들의 생각이 좋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오후 회동에서도 고성이 들렸다. 비공개였으나 회의장 밖으로 “우리가 바보인가. 너희들만 똑똑하냐”는 등의 안 대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윤 장관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당도 예산기준 원칙 등을 지켜야 한다”고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회동 후 “(윤 장관이) 유감을 표명했고, 당과 대표의 의중을 존중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공식 브리핑에서는 윤 장관이 ‘유감’ 표명을 했다는 언급이 없었다. 한나라당이 정부에 예산안 파동의 책임을 물으려 했으나, 윤 장관도 밀리지 않고 할 말을 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여당 내부에선 ‘이러다간 2012년 총선에서 참패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안 대표 등 지도부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하며, 청와대와도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권이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할 경우 자칫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도 나오고 있다.

정승훈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