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잡아라… 남북한 ‘연평도 외교전’ 치열
입력 2010-12-13 21:23
남북한이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전에 시동을 걸었다. 러시아의 태도는 미·중 고위급 접촉과 더불어 연평도 외교전선의 향방을 좌우할 양대 변수로 꼽힌다.
외교통상부는 13일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4일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15일에는 러시아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을 만날 예정이다. 위 본부장은 대화보다 압박을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야 할 국면이라는 점을 러시아 측에 강조할 방침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박의춘 외무상을 러시아로 보냈다. 박 외무상은 15일까지 러시아에 머물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위 본부장과 박 외무상은 러시아 체류기간이 겹치지만 조우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러시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천암함 사태 때와 태도가 좀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천안함 사태 당시 민·군 다국적 조사단이 내린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과 거리를 두면서 북한·중국 진영에 치우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연평도 도발 이후에는 북한을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측 해법인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회동에도 손을 들어주면서 중립적 위치를 고수했지만, 한·미·일 진영이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할 경우 3대 3(천안함)에서 4대 2 구도가 돼 중국이 느끼는 압박감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월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고위급 대화가 촉진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은 15일 중국으로 입국한다. 대표단에는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성 김 6자회담 특사 등 핵심 인력이 포함돼 있다.
미국 외교를 움직이는 인물들이 일시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 내 분위기가 천안함 때와 사뭇 다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정부 소식통은 “천안함 때는 미국이 한국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그쳤다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겪으면서 미국이 전면에 나서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미·중 고위급 협의는) 당장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결과가 도출되기 어렵겠지만 (후 주석 방미를 앞두고) 그 계기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중국이 요지부동이지만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설명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