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 침몰 선사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입력 2010-12-13 21:56
남극 해역에서 침몰한 614t급 원양어선의 선사인 인성실업㈜ 부산지사는 13일 침통한 분위기 속에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부산 암남동 원양프라자 7층에 위치한 이 회사는 이날 서울 본사로부터 제1인성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대책회의와 함께 사고 수습에 들어갔다.
인성실업은 본사를 통해 현지상황을 면밀히 체크하며 선원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을 수시로 전달했다. 선사 관계자는 “한국인 8명 가운데 2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최종 확인하는 절차 등이 남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선사 관계자는 “현재는 생존자를 구조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구조작업이 끝나봐야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사무실에는 선원들의 생사나 자신의 가족이 탄 배가 사고 났는지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종일 쇄도했다. 실종된 선원 가족들이 사무실을 직접 찾기도 했으나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유영섭(45) 선장의 처남 김선수(50)씨는 “뉴스를 보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 전화통화에서 매형이 ‘이제 배를 그만 타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이런 사고가 나서 너무 안타깝다”며 “제발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원한다”고 울먹였다.
기관장 안보석(53·부산 동삼동)씨와 조리사 조경열(55·부산 동광동)씨 가족들도 사고소식을 접하고 사무실로 달려와 “실종자 수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구한 뒤 “무조건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도한다”고 말했다.
어황연구 등을 위해 옵서버로 배에 탔다가 실종된 김진환(38·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씨의 어머니는 “평소 너무 착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한국인 선원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이 확인된 김석기(46)씨의 부모는 “돌아와서 품에 안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며 “모두가 무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성실업은 연승어업을 주축으로 오징어와 참치, 농어과 심해 어종인 메로 잡이를 주로 하는 회사다. 사고 선박은 메로 잡이를 위해 지난달 2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출항, 같은 달 21일 뉴질랜드 남쪽 남극 해역에 도착해 조업한 뒤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 우루과이 또는 뉴질랜드로 입항할 예정이었다. 인성실업은 모두 15척의 원양어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0년에는 3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