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사태로 본 외국 진출 한국기업들… 값싼 노동력 찾아 해외로 ‘임금 갈등’이 뇌관
입력 2010-12-13 21:32
해외의 한국기업들은 주로 현지 노동자들과 임금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중국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 옮겼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도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진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분규를 막기 위해 통상적으로 최저임금보다 10% 정도 더 지급하지만 싼 임금이 진출 목적이기에 무작정 올려줄 수 없어 언제든 임금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건 1980년으로 30년이 넘지만 최근 중국과 동남아 일대에서 도미노처럼 번지는 임금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코트라 관계자는 13일 “지난달 1일부터 방글라데시에서 발효된 신임금체계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의 의견 차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임금체계가 도입되면서 수출가공공단(EPZ) 내 비숙련신입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은 2400타카에서 3800타카로 58% 인상됐다. 기존 노동자들도 비슷한 인상률을 원했지만 실제 인상폭은 크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이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대규모 노동자 소요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영원무역도 방글라데시 임금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저 임금을 확정했지만 다른 공장 근로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값싼 노동력을 쓰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은 현지화 과정에서 임금 갈등이 늘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방글라데시의 노동자 시위가 12월 들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2006년 격렬한 노사분규를 겪은 후 한동안 잠잠했던 분규가 최근 들어 폭력 시위 등 좋지 않은 모습으로 재개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영원 7개 공장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공격은 아직 배후를 전혀 알 수 없다. 괴한들은 다른 지역으로부터 잠입했고 잘 조직돼 있었다”면서 “침입자들이 한 명의 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을 공격했으며 부이사 한 명은 중상으로 치타공시립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라고 말했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당국에 괴한들과 배후세력이 누구인지 파악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폐쇄했던 공장을 14일부터 다시 가동할 방침이다.
한편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치타공 지역에서 촉발된 섬유 근로자들의 저임금 항의 시위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북쪽에 있는 섬유 공장 밀집지역인 가지푸르에서는 이날 4000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길을 막은 채 연좌농성을 벌였다. 가지푸르 경찰은 “다카와 방글라데시 북부를 잇는 주요 고속도로가 시위대 때문에 차단됐으며 임금 체제가 새롭게 도입된 이후 임금 인상에서 제외될 것을 두려워하는 숙련공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훈 기자, 연합뉴스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