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골프(75)

입력 2010-12-13 11:14

쳐다 본 즉 모두 살더라

나는 지난 22년간 1,400 라운드를 했다. 주말 골퍼라고 하기에는 과분하리만치 자주 골프를 친 셈이고 골프 잡지에 골프광으로 소개될 정도로 골프에 미쳐 있었다. 그 덕분에 티칭 자격증도 땄고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자원 봉사로 골프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골프장을 찾는다. 주말에는 30만원이 훨씬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프를 친다는 게 어리석은 일 같아 자제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라운드 하니 연습 의욕도 사라지고 보기 플레이만 면해도 감지덕지하게 되었다. 평균 230야드에 페어웨이 안착률이 70%를 넘었던 티샷은 200야드에 50%로 현격하게 악화되었고, 그나마 그린 주변에서 숏게임으로 버티는 골프가 되었다.

지난 달 친구와 라운드 하였다. 약 20년간을 어울렸으니 내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친구였다. 아주 초라한 티샷, 저탄도에 돼지 꼬리처럼 감겨 마냥 굴러가는 덕분에 겨우 200야드를 보내는 나를 보더니 그가 한마디 했다. "이 보게 볼 좀 보고 치게. 볼을 못 보니 상체가 들리고 자네 몸이 높아지니 볼이 토핑 되는 것 아닌가?" 그 말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골프를 지도할 때마다 내가 평생 주문했던 그 말을 내가 지금 듣게 되다니…

헤드업은 나쁜 샷을 설명하는 극명한 증거이다. 고개를 드는 순간 이미 당신은 실수를 범한 것이다. (Looking up is the biggest alibi ever invented to explain a terrible shot.

By the time you look up, you've already made the mistake.) Harvey Penick.

여러 해 전에 내가 자원봉사 집행위원장으로 치룬 시각장애인 골프대회에 티칭 프로인 개그맨 김은우씨가 취재차 참가하여 안대를 차고 블라인드 골프 동반 라운드를 하였다. 김은우씨는 티칭 프로로 실력 있는 골퍼라서, 그날 대회 관계자들은 그가 비록 안대를 차고 플레이하지만 어지간히 볼을 맞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파3홀에서 아이언 티 샷을 생크로 OB를 내고 다시 친 샷 마저 겨우 코 앞에 떨어지는 등 한 번도 속 시원히 볼을 맞히지 못하고, 두 홀 만에 그는 포기를 선언하며 안대를 벗었다. 안대를 차고 티 샷 하는 장면을 찍으려던 TV 기자도 무려 여섯 번의 헛스윙 끝에 결국은 볼을 맞히지 못하고 포기했다. 볼을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노인 골프 교실의 김 회원은 젊어서 만능 스포츠 맨 이었고, 60대 후반이지만 다리 근육이 축구선수와 같이 강인한 분이다. 굉장히 운동을 잘 하는데, 골프 실력만큼은 그리 흡족하게 발전되지 않았다. 자신은 볼을 잘 본다고 생각하지만, 임팩트 순간 거의 볼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자꾸만 토핑하고, 또 맞더라도 오른쪽으로 잘 밀리고 또 거리도 시원치 않은 탓에 본인이 많이 실망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강습 도중 내가 그 분에게 질문을 하였다. "볼을 보시고 치십니까?" 그러자 그 분은 "예, 볼을 잘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하였다. 나는 그 분에게 "카운트를 하면서 임팩트 순간에 10번 중 몇 번이나 볼을 보았는지 체크하여 보세요" 라고 권했다.

그는 한참 후에 나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헤드업을 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지 않으면 10번에 한 두 번밖에 임팩트 장면을 보지 못하였고 그래서 확실히 볼을 보겠다고 결심하고 노력했더니 볼이 똑바로 힘차게 맞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헤드업을 한다 하더라도 어드레스 때에 볼을 보았으니 시각장애인처럼 아예 보지 못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건강한 정안인(눈이 정상인 사람)들이라도 볼을 확실히 보는 것이 거리와 방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방법이다. "나는 볼을 보고 치는가?" 골퍼라면 누구라도 항상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모세가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다니 뱀에게 물린 자가 놋뱀을 쳐다본즉 모두 살더라”(민 21:9)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