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비리 한파에 ‘나눔 방송’도 꽁꽁 얼었다

입력 2010-12-12 18:57


연말연시면 기부 분위기를 조성해 온 지상파 방송3사의 ‘특별 모금 방송’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 비리’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사는 ‘사랑의 열매’에 대한 불신으로 선뜻 주머니를 열지 않는 대중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11월 공동모금회가 성금을 부당 유용한 사실이 정기감사에서 적발된 후, 방송 3사의 모금 프로그램에 비상이 걸렸다. 대표적인 게 SBS ‘희망TV’다. 이는 공동모금회 및 6개의 NGO 단체와 협력한 모금 프로그램으로 지난 5월, 10월 방송돼 5만8000건에 이르는 정기후원 계약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공동모금회의 비리가 탄로난 후 시청자들은 정기 후원을 취소하고 있다. ‘희망TV’ 게시판에는 정기 후원 취소를 문의하는 글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 1일부터 자막과 광고로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 중인 MBC도 울상이다. 박경숙 MBC 사회공헌부 차장은 “현재까지 모금액은 예전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항상 모금은 공동모금회랑 해왔는데, 워낙 이미지가 안 좋다보니 기부금이 안 들어오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연말이면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착용하던 ‘사랑의 열매’ 배지도 자취를 감췄다. 공동모금회가 서울 여의도 MBC 본사 현관에서 배지를 나눠주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적은 실정이다.

하지만 성금 모금에 방송의 영향력이 큰 만큼, 방송사들은 기부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불식하고 성금을 독려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KBS는 모금 단체를 공동모금회에서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로 바꿨다. 지난 1일부터 연평도 주민과 소외 이웃 돕기 성금 모금을 진행한 ‘희망2011, 나눔이 사랑입니다’는 그동안 협력해 온 공동모금회가 아닌 두 단체와 진행 중이다.

장현석 KBS PD는 “공동모금회 비리 사건 후 기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올해는 이례적으로 모금 단체를 바꿨다”고 밝혔다.

SBS는 모금 시기를 연말에서 연초로 바꾸고, 방송 내용도 수혜자에서 기부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2011년 1월 1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특별 모금 방송’은 이웃의 손길이 필요한 소외된 사람들을 비추기보다,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찾아간다.

유영석 SBS PD는 “이번 사건으로 사람들이 자신이 낸 돈이 수혜자한테 제대로 가지 않는다는 불신을 갖게 됐다. 확산 기세였던 나눔문화가 이로 인해 위축됐다는 문제 의식에 나눔의 기쁨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새롭게 시작되는 연초에, 주는 기쁨을 강조해 밝은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