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판 ‘류샤오보’ 된 바누누… 정부, 독일 평화상 시상식 참석 못하게 출국 막아
입력 2010-12-12 18:35
이스라엘의 전직 핵무기 기술자 모르데차이 바누누(55)는 이스라엘판 류샤오보(劉曉波)가 됐다.
‘카를 폰 오시에츠키’ 메달을 시상하는 국제인권연맹은 이스라엘 정부가 바누누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아 12일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시상식을 취소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연맹은 대신 바누누를 위한 항의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시에츠키 메달은 193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독일 평화운동가 카를 폰 오시에츠키의 이름을 딴 평화상으로 62년 이후 매년 수상자를 내고 있다. 국제인권연맹은 지난 10월 지구촌 비핵화에 기여한 공로로 바누누를 올해의 오시에츠키 메달 수상자로 선정했다.
바누누는 이스라엘 안에선 반역자로 박해받고 있지만 이스라엘 밖에선 ‘인류평화의 양심’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는 86년 이스라엘 디모나 핵발전소에서 비밀리에 추진 중이던 핵 프로그램을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폭로했다. 선데이타임스는 바누누가 제공한 자료를 핵 전문가들로부터 검증받은 뒤 외부 세계에 알렸다. 이후 바누누는 18년의 징역형을 살고 2004년 석방됐다.
바누누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여행과 외국인 접촉은 물론 인터넷 사용도 할 수 없다.
앞서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은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제2의 류샤오보가 될 수 있는 정치범 14명과 북한의 정치범을 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들은 모두 ‘체제 전복을 꾀한 불순분자’ 혐의로 수감됐다고 FP는 지적했다.
FP에 따르면 북한엔 ‘관리소’라고 불리는 비밀스러운 정치범수용소가 대략 6곳 정도 존재하며 이곳엔 최대 20만명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블로거 후지아(胡佳)는 류샤오보에 버금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민주개혁과 정치적 자유,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이 밖에 쿠바 인권운동가 오스카 엘리아스 비스켓, 이란 여성 인권변호사 나스린 소투데, 베트남의 틱 쾅 도, 바레인의 압델잘릴 알신가스 등도 꼽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