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 시절 이슬람국 터키 EU 가입 반대 앞장

입력 2010-12-13 00:21

인터넷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 국무부 외교전문 폭로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마약 거래와 아동 성착취 등에 관련된 사실이 드러났다.

◇아프간의 수렁=미국 국방부에서 아프간 치안 업무를 위임받은 보안업체 ‘다인콥(DynCorp)’이 아프간 경찰을 위해 파티를 열면서 무동(舞童·dancing boy)을 불러들였다고 지난해 6월 칼 아이켄베리 당시 주아프간 미국대사가 국무부에 보고했다. 무동은 아프간에서 성매매에 이용되는 소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이켄베리 전 대사는 또 “마약 거래, 뇌물 등으로 아프간을 빠져나가는 돈이 2억 달러에 이르고, 미국의 지역 개발 계획도 토호에게 뇌물을 바쳐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도 마약 거래를 뒷받침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미 중앙정보부와 마약퇴치국이 2006년부터 마약왕 하지 주마 칸을 정보원으로 활용하면서 약 200만 달러를 건네줬고, 이 돈이 탈레반에도 건네졌다”고 보도했다. 칸은 반대파 조직을 미국에 고발하면서 아프간 내 마약 암시장을 장악했다. 미국은 2008년에야 그를 체포했다.

◇교황청의 비밀=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 시절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는 운동에 앞장섰다는 외교 전문도 공개됐다. 2004년 로마 교황청 소재 미 대사관이 작성한 전문에서 현 교황인 오제프 라칭거 당시 추기경은 EU헌법에 유럽의 기독교적 유산을 강조하는 문구를 넣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가입을 반대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11월엔 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를 만난 자리에서 여성 사제 임명에 반대하는 성공회 신자들의 집단 개종을 권하는 발언을 해 대주교를 자극했다.

지난 2월 26일자 주이탈리아 미 대사관의 전문에선 교황청이 가톨릭 사제 성추문 의혹을 조사하던 아일랜드 머피위원회가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데 대해 “정치인들이 가톨릭을 모욕했다”며 분개했다고 보고했다. 교황청은 2002년에도 미국에서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 파문이 일자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고 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