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차단석 밤 되면 위험천만… 너무 낮고 식별 어려워 차량 긁힘 사고 잦아
입력 2010-12-12 14:00
서울시가 자전거도로와 차도를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 화강암 재질의 분리대가 차량 운전자에게 공포의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리대가 낮고 잘 보이지 않아 차량이 부딪히는 사고가 잇따르고,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에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12일 서울 길동 자연생태공원 앞에서 상일나들목으로 뻗은 천호대로 약 1㎞ 지점. 차로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하는 화강암 재질 연석은 차량에 긁힌 흔적으로 성한 데가 없었다.
1m 간격으로 2개씩 붙인 연석은 개당 길이 1m, 폭과 높이 15∼20㎝ 크기다. 각 면은 차바퀴 자국으로 얼룩덜룩했고 차체 옆면과 바닥에 긁힌 자국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차체에서 묻은 외장 도료가 선명했고 일부 연석은 차량과 충돌할 때 깨진 모서리가 거친 단면을 드러냈다.
천호대로변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나도금(54)씨는 “자동차가 연석을 못 보고 타 넘거나 모서리에 부딪혀 바퀴가 터지는 걸 수십 번 봤다”며 “날이 일찍 저물고 길이 미끄러운 겨울엔 더하다”고 했다.
이는 분리대의 높이가 낮고 도로와 쉽게 구분되지 않는 연회색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오전 6시35분쯤 자연생태공원 네거리 천호대로 초입에서는 4차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연석에 걸리는 바람에 같은 차도로 진입하는 우회전 차량과 충돌하는 등 대형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송파구 남부순환로 5.5㎞ 구간과 중대로 3.25㎞ 구간 등 서울시내 곳곳에 설치된 자전거도로 대부분이 이런 위험을 안고 있다.
강동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자전거도로를 구분하는 연석을 설치했지만 그 정도 높이는 차량 속도가 시속 20∼30㎞만 돼도 쉽게 넘는다”며 “연석이 안전장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 류병훈(50)씨는 “밤에는 연석이 거의 안 보인다”며 “연석이 있는 곳이다 싶으면 천천히 운전해야 하는데 바쁜 상황에서 그러긴 어렵다”고 했다. 자전거를 즐겨 타는 대학생 조민정(22·여)씨는 “연석으로 구분된 자전거도로는 자칫 차에 치일 것 같아 이용하기 두렵다”고 말했다.
자전거이용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은 기존 차로에 분리형 자전거도로를 설치할 때 분리대의 폭은 제한속도 60㎞ 이하 도로는 50㎝, 60㎞ 초과 도로는 1m다. 하지만 제한속도 60㎞ 이하인 천호대로 연석 폭은 20㎝ 정도다. 일부 구간에 흰색 선으로 그어놓은 외곽 경계선을 차량이 넘나들지 못하도록 내실화 하거나 다른 방식의 분리대가 설치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 구청 관계자는 “울타리를 설치하면 넘어질 가능성이 커 오히려 더 위험하기 때문에 연석을 설치했다”며 “운전자가 식별하는 데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