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이사 10% 안돼… “권한만 누리고 책임 소홀”
입력 2010-12-12 21:21
우리나라 대기업 전체 계열사 이사 중 그룹 총수 일가는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경영권이 그룹 총수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등기 이사가 적은 것은 오너 일가들이 권한만 누릴 뿐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8.3%에 불과, 내부자거래에 대한 감시 기능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발표한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 지배구조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삼성그룹 이사회에서 총수 일가 비율은 0%로 조사됐다. 삼성그룹 계열사 67개의 전체 이사 324명 중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은 물론 그의 가족 누구도 등기 이사에 등재되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비자금 차명계좌 의혹 등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회장직과 등기임원직을 사퇴하면서 전체적으로 정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지난 3월 회장직에 복귀하면서 등기임원직에는 복귀하지 않았다. 75개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도 이사회 내 총수 일가 비중이 3.94%에 불과했으며, LG그룹도 2.21%에 불과했다. 35개 대기업집단 계열사(1085개)의 이사회 내 총수 일가 비중 평균치는 8.97%로 10%에 못 미쳤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총수 일가가 모든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책임경영을 위해서는 최소한 핵심 상장계열사의 등기 이사직은 맡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단 1명이라도 이사로 등재된 계열회사의 비중은 28.7%(311곳)였으며, 1개 이상 회사에 이사로 등재된 기업총수는 모두 30명이었다.
한편 상장사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16개사(8.3%)에 불과했으며 내부거래위원(68명)을 100% 사외이사로만 구성한 회사는 12개사에 그쳤다. 또 35개 대기업집단의 상장회사 가운데 집중투표제(2명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나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가운데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21곳에 그쳤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