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협상 너무 서둘렀나… 하나, 외환銀 ‘연봉’ 속앓이

입력 2010-12-12 23:51

하나금융지주는 일요일이던 지난달 28일 하나대투증권 등 계열사 주요 간부들을 긴급히 본사로 호출했다. 김승유 회장이 영국 런던에서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귀국한 직후였던 만큼 큰일을 해낸 데 대한 자축연이라도 벌이는 줄 알았다는 게 12일 계열사 간부의 전언이다.

그러나 샴페인은커녕 하루 종일 대책회의가 열렸다. 주요 안건은 외환은행 인수 관련. 그런데 참석자 대부분은 탁자 위에 놓인 외환은행 직원들의 연봉 테이블을 보고 매우 속이 상했다고 한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연평균 급여(각종 수당 포함)가 하나은행보다 평균 30%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 특히 차장급(책임자 대리)의 경우 최대 9800만원으로 하나은행(7500만원)보다 31% 정도가 높았다. 여기에 인센티브 등 각종 수당을 합할 경우 1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한 관계자는 “노조원이 아닌 지점장(1억5000만원 선) 등 직급이 올라갈수록 하나은행과 연봉 차이가 줄어든다”면서 “아무래도 노조가 그동안 약점이 많은 외국계 론스타와의 임금 협상에서 많은 것을 얻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하나은행 직원들의 봉급을 올리자니 비용 증가가 부담이고, 외환은행 직원들의 급여를 깎자니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최종적으로 넘기는 시점에 직원들에게 1000%의 ‘굿바이 보너스’까지 얹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측은 두 은행 간 현격한 연봉 차이를 공식적으로 드러내지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두 은행 임직원 및 노조 사이에 갈등이 일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지주사 관계자는 “은행 간 합병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포용과 협력인데 노·노 대결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경우 자연스런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특히 최근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하고 있는 850원 배당 논란에다 연봉 논란까지 빚어질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후 양측 간 연봉 격차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최대한 갈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