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일부 누락 책임지겠다… 고흥길 “당직 사퇴”
입력 2010-12-12 21:12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12일 정책위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새해 예산안에서 민생 및 당 공약에 관계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퇴로 이 문제가 일단락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고 정책위의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템플스테이 예산 등 꼭 반영해야 할 예산들이 빠진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마땅히 가책을 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지막 순간에 최후의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그는 템플스테이 예산에 대해 “당연히 반영되는 것으로 알다가 일부만 반영되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잘못을 시인했지만 “다른 항목들은 전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사업이고 필요한 경우 예비비나 부담금을 늘려서 할 수 있는 사안들이어서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 정책위의장이 당직을 사퇴한 것은 ‘예산안 파동’ 후유증 속에 당 안팎에서 민생과 당 공약 예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들끓자 수습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당 내부에서는 이 정도에서 책임론을 일단락 짓자는 의견이 현재로선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상황이 심각하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당내 책임 공방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대여 전면전을 선언한 민주당은 ‘4대강 날치기 예산안 및 MB악법 무효화’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과 촛불집회를 벌이며 연일 공세를 이어갔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 고 정책위의장의 사퇴에 논평을 내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날치기 사태 5인방(박희태 국회의장, 정의화 국회부의장,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이주영 예결위원장)은 물러나지 않고 꼬리만 자른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신규로 증액된 예산 3500억7700만원 중 2520억원은 상임위나 예결위 차원에서 여야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강행 처리 과정에서 갑자기 편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증액심사 과정이 없었던 만큼 유력 정치인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으로 추정된다.
한나라당의 예결위 위원들은 이에 대해 한목소리로 “어느 지역의 어떤 예산이 추가됐는지 모른다”고 답변을 미뤘다.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증액을 논의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당에서 각 의원들로부터 지역구 민원 사업을 종합해 정부에 전달하고 기획재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훈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