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재미교포에 이산상봉 미끼 돈 뜯어내”… 위키리크스 공개 북 관련 내용

입력 2010-12-12 21:22

북한이 재미교포의 이산가족 상봉을 외화벌이에 이용하고 있는 실태가 위키리크스의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공개로 드러났다.

위리리크스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바에 따르면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는 2007년 5월 북한에서 사업하는 한 인사의 전언을 통해 북한 해외동포위원회가 미국의 한인교포 중 북한에 가족이 있는 이들에게서 막대한 돈을 뜯어내고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북 해외동포위가 실질적으로 조종하는 미국의 ‘동포연합(Compatriots United)’은 이산가족 신청 서류 접수에만 300달러를 받는다. 또 거주지와 가족사항, 은행계좌 등 자세한 개인정보를 요구해 대부분 이북 출신인 신청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가족이 확인돼 북한으로 가도 재회가 쉽지 않다. 북한은 일정 내내 원치 않는 관광을 강요하며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정작 가족과의 재회는 일정 마지막날 몇 시간만 허용되며 이 과정에서도 택시비로 수천 달러를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업가는 “북한은 나이든 교포들이 가족을 절실히 만나고 싶어한다는 점을 이용해 이런 짓을 저지른다”며 “상봉 후에도 미국으로 돌아간 교포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데 때로는 ‘가족이 아프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로스앤젤레스에는 북한 내 이산가족과의 상봉을 주선하는 또 다른 업체가 있지만 이 업체가 언론에 알려지자 15가족의 상봉 행사를 취소해 버렸다”는 내용도 보고하면서 “미국 정부가 최소한 이산가족의 생존 확인 과정에라도 개입한다면 이 같은 재산 갈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 사업가는 또 버시바우 대사에게 미국 팝가수 에릭 클랩튼의 평양 공연을 북한이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정철은 클랩튼 팬으로 알려졌다”면서 “공연이 성사된다면 북한과의 우호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실제 이듬해 클랩튼이 평양 공연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뤄지진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외교 과정에서 음악을 활용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며 2008년 국민일보의 참여로 이뤄진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등을 예로 들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