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중고차 할부금융에 몰리는데 고금리 절차복잡…고객들 '썰렁'

입력 2010-12-12 22:02

제2금융권이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에 몰리고 있지만 고금리와 복잡한 절차 때문에 고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제2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중고차 금융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여겨 왔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고차 할부 금리는 신차의 배에 달합니다. 누가 이런 고금리로 중고차를 사겠어요.”

12일 서울 장안동 중고자동차 시장에서 만난 D자동차의 L사장은 제2금융권의 중고차 할부금융에 대해 무용지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반적으로 신차 할부금리가 연 8% 수준이라면 중고차 할부금리는 연 25% 정도라고 보면 된다”면서 “일부 캐피털업체들이 연 7% 수준(수수료 선취)으로 금리를 내리긴 했지만 이는 대부분 의사나 변호사 등 고수익자들 정도만 적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B자동차의 J실장도 “중고차 할부금리를 이용하는 고객은 100명 중 1~2명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중간업체들이 수수료를 너무 많이 떼다 보니 금리가 높아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중고차 할부금융의 누계액 규모는 4조원 정도다. 이 중 현대캐피탈이 2조1000억원의 실적을 올렸고 아주캐피털(5000억원), 우리파이낸셜(4000억원), 하나캐피탈(1600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아주캐피탈이 지난 2일 자동차 금융 전문지점 2곳을 신설하는 등 중고차 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솔로몬저축은행도 자동차금융부 인원을 25명에서 40명으로 증원하는 등 제2금융권은 중고차 할부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1위 업체인 현대캐피탈의 일반상품 금리가 연 23~28% 수준에 달하는 등 대부분 업체들이 20%대 중후반의 고금리를 적용하면서 실적이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 자동차금융팀 관계자는 “이자가 너무 비싸다 보니 실적이 사실상 전무하다”면서 “일단 주로 수입차를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금리 할부가 성행하는 것은 금융제휴사들 사이의 과장 경쟁도 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금융제휴사는 중고차 소비자를 제2금융권 업체에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업체다. 장안동 중고차 시장의 경우 굿모닝, 넘버원 등 15개 정도의 금융제휴사가 운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휴사 관계자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LG캐피탈이 퇴출되면서 5~6개의 제휴사만 있었지만 이후 현대캐피탈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면서 제휴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휴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05년쯤 17~18%에서 머물던 중고차 할부금리가 현재는 20%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특히 과거 차량 금액의 3~4% 정도를 리베이트로 받다가 현재 수준(7~8%)으로 올려받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을 고금리 상품으로 많이 유인했었다”고 밝혔다.

글·사진=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