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납북자’ 진상규명 본격착수… 송환·생사확인 길 열리나

입력 2010-12-12 18:13

정부가 6·25전쟁 당시 북으로 끌려간 납북자들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에 착수한다. 국군포로 및 전후 납북자의 경우 관련법이 있어 진상규명 및 보상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었으나 전시 납북자 문제는 지난 60여년간 사각지대였다.

◇전시 납북자 10만, 그들은 누구인가=정부는 1950∼60년대에 작성된 7개 6·25전쟁 납북자 명부를 바탕으로 전시 민간인 납북자 수가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추정치일 뿐 정확한 납북자 수와 피해상황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는 없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12일 “국군포로 및 전후 납북자의 경우 관련법을 제정해 진상규명 및 보상 절차를 밟았다”며 “그러나 전시 납북자는 제대로 된 근거자료가 없어 남북적십자회담에서도 주로 국군포로 및 전후 납북자 문제가 거론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13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리는 ‘6·25전쟁 납북피해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명예회복위원회’ 사무국 개소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현황파악 및 진상규명에 들어갈 방침이다. 위원장은 국무총리이며, 활동기간은 4년이다.

전시 납북자 가운데는 제헌의원 50여명, 2대 국회의원 27명, 언론인 230여명 등 유력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제헌의원인 오택관(56년 이후 행방불명)씨, 2대 민의원인 안재홍(63년 사망)씨,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였던 이종령씨, 91년 독립유공자로 인정된 언론인 이길용씨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전망 및 과제=전시 납북자 문제는 ‘자진 월북’이라는 의혹을 씻는 명예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전적 보상은 없다.

특히 정부와 납북자 가족들은 이번 작업을 통해 전시 납북자 문제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측에 송환 및 생사확인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현재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없다”며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0년 이후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통해 모두 262명의 국군포로 및 전시·전후 납북자의 생사확인을 요청했지만 이 가운데 69명(26.3%)만 생사가 확인됐다. 전시 납북자의 경우 북한은 생사확인을 의뢰한 21명 가운데 단 2명만이 사망했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다.

심사 과정에서 해당자가 납북자인지 자진 월북자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명확한 판단자료에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1월 초부터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및 151개 재외공관 등을 통해 납북피해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16개 시·도에 설치되는 실무위원회에서 기초자치단체로부터 신고내용을 넘겨받아 60일 안에 검토를 마치고 진상규명위에 송부해야 한다. 이후 진상규명위는 90일 안에 사실조사를 거쳐 납북자 여부를 심사·결정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