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기후변화 지원용 ‘녹색기금’ 조성 합의… 막 내린 칸쿤 회의 ‘절반의 성공’
입력 2010-12-12 18:01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16차 당사국 총회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칸쿤에서 막을 내렸다. 회의에선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기 위해 녹색기금을 마련키로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칸쿤 합의’가 도출됐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온실가스 의무감축량 부과 등 핵심 쟁점은 다음 회의로 미뤄져 당초 전망대로 별다른 진전은 이뤄내지 못했다.
◇파국 막았지만 큰 진전 없어=194개 당사국 대표들은 지난달 29일부터 2주 동안 마라톤 회의를 열고 공식 폐막 시한을 9시간여 넘긴 11일 새벽에야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밀실 담합’이라며 개도국들의 지탄을 받았던 ‘코펜하겐 합의’의 주요내용을 담으면서 194개 당사국 중 193개국의 지지를 얻어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모금해 개도국을 지원하는 녹색기금 조성 등의 성과를 내며 파국을 막아냈다. 지구온도 상승 억제 목표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설정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지구온도 상승폭 억제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삼림파괴 방지, 각국 기후변화 목표의 모니터링 등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교토 의정서 이후 체제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신속한 행동을 요구하는 수몰위기 도서국가와 최빈국들의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번 회의는 교토 의정서가 만료되는 2012년 이후의 선진국 감축목표 제시 등 큰 틀에서 협상의 진전이 필요했으나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온난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볼리비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의안을 가결시켜 만장일치로 운영되는 ‘유엔 다자주의’에 흠집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대표단 성과=이번 합의로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의무 감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개도국에도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선진국 그룹의 주장이 개도국들의 강력한 반발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의 지원을 받지 않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행동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음에 따라 엄격한 검증과 감시 등 각종 제약 없이 자율적으로 감축목표를 정하고 이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이 추진하는 ‘녹색성장’ 정책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것도 성과로 꼽힌다. 녹색성장 정책을 개도국에 전파하기 위해 설립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 GGGI)에 외국정부로는 처음으로 덴마크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신연성 기후변화대사는 “칸쿤 합의에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도와주기 위해 지역 센터와 국제 연구소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GGGI”라며 “이집트, 알제리,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4대강 사업’의 녹색기술 전수를 원하는 등 한국의 녹색성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칸쿤(멕시코)=선정수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