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슬람채권 과세특례 더 이상 거론말라
입력 2010-12-12 17:57
최근 2010년 조세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과정에서 이슬람채권(수쿠크·Sukuk) 발행과 관련한 세제혜택이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세제지원안이 국회 재정위에서 뒤집혔다며 문제시하는 모양이나 이는 잘못된 합의안이 재정위에서 바로잡혔다고 해야 옳다. 사필귀정이다.
수쿠크 관련 세제혜택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중동 이슬람권의 풍부한 오일머니를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방편이라고 강조한다. 외화조달 창구가 다양화돼 혹 있을 수 있는 외환유동성 위기도 미연에 대처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앞으로 중동지역과의 경제교류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너무 순진한 견해다. 수쿠크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기생행위 내지 부당이득으로 보는 이슬람율법(샤리아·Sharia)에 근거하면서 자본주의 시장질서에 부합되도록 개발된 이슬람권의 금융상품이다. 순수 거래관계가 아니라 종교적 가치가 깊이 개입돼 있는 상품인 셈이다.
자본거래는 보통 이자를 매개로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를 구성하지만 수쿠크는 이자를 금하기 때문에 실물자산을 매개로 한 채권투자와 그에 상응한 투자수익(배당)의 형식을 취한다. 그런데 실물자산 투자는 필연적으로 자산의 매매 및 임대계약을 포함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세 등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을 피할 수 없다.
이번에 논란이 됐던 세제혜택은 수쿠크 발행과 관련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세금을 모두 면제하자는 것이다. 수쿠크를 통한 자금융통은 형식상 자산거래의 모습을 띠고 있어 세금이 발생하므로 혜택이 없을 경우 수쿠크 유치에 애로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제21조에 따르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내국법인이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의 경우 소득세와 법인세가 면제되고 있으므로 수쿠크에 대해서도 형평성을 맞추자는 단순논리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역차별을 부른다. 수쿠크와 사실상 형식이 비슷한 부동산임대사업자와 비교해 보면 바로 드러난다. 수쿠크와 관련해서만 과세 특례 혜택이 주어진다면 이는 명백한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다. 수쿠크 관련 과세 특례는 종교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세제상으로도 국내 조세체계의 형평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세계적으로 이슬람채권이 크게 늘어가는 추세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몇 차례 겪어오면서 각국이 외환유동성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점을 틈타 이슬람금융이 오일머니를 앞세워 목소리를 키워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슬람의 교세확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최근 글로벌 달러 유출입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해 과세하기로 정한 바 있다. 이슬람채권에 대한 과세 특례는 최근 한국의 외환관리 방향과도 역행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수쿠크의 수익이 테러자금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거꾸로 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도 볼 수 없지 않은가. 이후로도 수쿠크 관련 과세 특례는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