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파동 책임 與野 모두 눙치려 하나

입력 2010-12-12 17:55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고흥길 의원이 12일 새해 예산안에서 민생 및 당 공약에 관계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책임을 지고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했다. 예산 심의에서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한 고 의원의 잘못은 분명한 만큼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고 의원의 당직 사퇴로 예산안 졸속 처리 책임이 일단락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먹다짐을 해가며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에는 영아 양육수당을 비롯해 재일민단 지원사업, 춘천∼속초 고속화철도 사업, 템플스테이 운영 및 지원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거나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에 결식아동 방학 중 급식지원 예산은 지자체 소관이라는 이유로 지자체 재정사정을 살피지 않고 손을 털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박희태 국회의장, 이주영 예결위원장 등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사업 예산은 대폭 증액됐다. 근본적으로 한나라당의 마음 속에는 서민의 자리가 좁은 게 아닌가라는 회의가 든다.

불교계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에 반발하자 한나라당은 다른 예산에서 전용하는 방안이나 추경 편성을 추진키로 했다. 재일민단 지원사업, 동서고속철 사업도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이나 다른 편법으로 지원키로 했다. 집권당 체통이 말이 아니다.

4대강 때문에 민생 예산이 줄었다는 민주당 주장도 정직하지 않다. 오로지 4대강 예산 삭감에만 매달리다가 졸속 예산을 만들어 준 민주당에도 잘못이 있다. 한나라당이 졸속 예산안을 단독처리하도록 한 데 대해 민주당에서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 민주당이 거리로 뛰쳐나가 촛불을 켬으로써 책임 문제가 모호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