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직무대행에 장로교 소속 변호사가 선임됐다. ‘직무대행’이란 꼬리표가 붙기는 했지만 타 교단 인사, 그것도 ‘비(非)목회자’가 한국 감리교회의 수장이 되기는 처음이다. 법원은 2008년 9월 감독회장 선거 파행 이후 2년 이상 지속돼 온 감리교 사태가 교단 내부의 자정능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감리교 사태, 외부인사의 손에=서울북부지법 민사1부(부장판사 김필곤)는 김은성 목사 등이 낸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백현기(58·사진) 변호사를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고 12일 밝혔다. 업무 개시일은 오는 17일이며 월 500만원의 보수를 감리교회가 부담토록 재판부는 결정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 온마음교회(안병호 목사) 장로인 백 변호사는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이자 한양대에서 교회분쟁과 관련한 민사법적 문제를 다룬 논문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교회 갈등 문제 전문가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법률고문이며,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이사도 맡고 있다. 2006년 감리교 장로회전국연합회 선거 분쟁 때도 회장 직무대행으로 사태 해결에 기여했었다.
백 변호사는 “아직 법원으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고, 사태 파악도 정확히 안 된 터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다만 어려운 상황임을 알기 때문에 기도를 많이 하며 방향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감리교, 해결 실마리 찾을까=백 변호사의 감독회장 직무대행 선임에 감리교회는 크게 당혹해했다. 감리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감리교회 치욕의 날” “법원이 감리교회를 농락했다” 등의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나 법원의 이번 결정은 감리교회의 협상력, 정치력 부재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지난달 17일 열린 마지막 심리에서 “감리교회에서 누가 중립적 인사인지 잘 알지 못한다.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변호사 등 제3의 인물을 선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오랜 대치 속에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6·3총회’ 측과 ‘본부’ 측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백 변호사가 업무를 시작하면 일단 감리회 본부의 지휘부 공백이라는 급한 불은 끄게 될 전망이다. 감독회장 직무가 정지되고, 본부 각 위원장 및 총무의 임기마저 지난 10월로 만료되면서 현재 상급 결재라인은 모두 공석인 상태다.
그러나 감리교 사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백 변호사의 권한이 제한적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 직무대행자로서의 권한 범위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심리 도중 “직무대행은 본안(서울중앙지법에 계류 중인 재선거 무효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재선거를 실시하지 못하고, 일상적 업무만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 대해 6·3총회 측 한 인사는 “직무대행이 일상적 업무만 본다면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것”이라며 “총회를 개최하는 등 의지를 갖고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무대행의 권한 문제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스스로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고 있는 감리교 구성원들이 ‘외부인’인 백 변호사의 결정과 업무 수행에 대해 얼마나 협조하고, 수용할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최근 감리교 사태 일지>
2010년 7월 12일 ‘6·3총회’ 측 감독회장 선거에 김국도 목사 단독 출마, 당선 확정
7월 13일 본부 측 감독회장 선거 실시(강흥복 고수철 전용철 목사 출마)
20일 본부 측 선거 개표-강흥복 목사 감독회장 당선
8월 13일 김은성 목사 등, 강흥복 목사 상대로 감독회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19일 법원, 김국도 목사 감독회장 직무 정지 결정
20일 강흥복·김국도 목사, 별도 제 28회 총회 열고 감독회장 각각 취임
9월 28일 제 29회 총회 연회감독 선거 실시
10월 12일 법원, 강흥복 목사 감독회장 직무 정지 결정
29일 김은성 목사 등, 감독회장 직무대행 선임 가처분 신청
12월 10일 법원, 백현기 변호사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