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0-12-12 17:51


(24) 예루살렘으로

예수는 산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라셨다. 아브라함이 유대 산지에서 하나님과 만난 이야기,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야기, 조상들이 그 산에서 하나님을 만난 사건, 모세가 비스가산 꼭대기에서 가나안 땅을 바라보고 하늘나라로 가는 장면, 엘리야가 호렙산에서 다시 기력을 회복한 일….

예수는 지금 예루살렘으로 오르며 생각한다. 열두 살 때 이 산을 오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버지 어머니와 같이 올라갔다. 어머니 마리아가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예수가 갓난아기였을 때 예루살렘에 있었다고. 그때 성전에서 할례를 받았다. 나이가 많이 드신 할아버지 시므온과 할머니 안나가 아기였던 예수를 안고 예언했다.

예수가 공적인 활동을 결심하고 어머니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며칠 후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를 불러 지난 이야기를 했다. 예수를 기르면서 어머니가 경험한 일들, 지금까지는 어머니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일들이다. 이번에 예루살렘으로 올라오면서 어머니를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이 되질 않았다. 제자 요한을 보내 기도해 달라고만 전하라고 했다. 지금 어머니는 기도하고 계실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머니는 지금 아들이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 아실 것이다. 아마도 선지자 시므온의 아픈 예언을 부둥켜안고 계시리라.

지금 올라가고 있는 길 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수는 잘 알고 있다. 저 북쪽의 높은 산에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잠시 하늘나라의 영광 속에 있을 때 세 사람이 나눈 이야기가 이 주제였다. 예수가 걸어갈 길, 그리스도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 하나님의 아들이 온 몸으로 끌어안고 지나야 할 고난이다. 같이 걷고 있는 제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갈릴리에서부터 따라오고 있는 여인들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이번 길은 따라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예루살렘에 오르면, 이 산을 다 오르면, 부딪힐 것이다. 온 몸으로 부딪혀야 할 것이다. 다 부서져야 할 것이다. 예수 자신도 부서지고 성전도 부서지고 사람들도 부서져야 할 것이다. 다 부서져야 새로 날 것이다. 부서진 자리에서 새 움이 돋을 것이다.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일 테다. 그러나 하늘 아버지가 함께 하신다! 사람으로서는 기다리기 힘들 만큼 긴 시간일 테다. 그러나 아버지가 필요한 때마다 위로해 주실 것이다.

막달라 마리아가 물을 갖다 준다. 불쌍한 여인인데, 지금은 참 아름다워졌다. 처음 만났을 때 영혼과 마음의 상처가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잘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도무지 희망이 없을 정도로 망가진 사람도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면 얼마나 아름답게 회복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여인이다. 웃는 얼굴에 하늘의 평화가 있다. 제자 마태는 참 말 없이 신실하다. 유다는 무슨 생각이 저리도 깊은가. 기도 중에도 그 마음의 상태가 짐작되지 않을 때가 많은 유일한 제자다.

예수는 묵상하며 기도한다. “아버지, 아빠! 말씀하신 대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 마지막 길을 오르고 있습니다. 제 마음이 쉽지 않습니다. 아니, 힘듭니다! 도와주세요. 끝까지 잘 걸어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베드로가 옆에 와서 말한다. 어머니 마리아가 예루살렘으로 오려고 나사렛에서 떠나셨다고.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