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저린 주부들, 틈틈이 손 털어주세요”
입력 2010-12-12 17:41
손목 안쪽 중심부를 통과하는 정중신경 손상으로 엄지 두덩과 검지, 중지 쪽이 저리고 아픈 ‘손목터널증후군’이 40, 50대 중·장년 여성을 괴롭히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마취통증의학과 문호식 교수는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환자 가운데 40세 이상이 전체 환자의 60%를 넘고, 특히 여성 환자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손목 부상으로 발생하고 잠잘 때 저려=손목터널증후군은 손으로 가는 힘줄, 신경 및 혈관들이 손목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좁은 관(터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압박을 받을 때 유발되는 마비 현상을 가리킨다.
손목의 정중신경은 얇은 외피로 된 터널 속을 지나는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컴퓨터 마우스 조작, 손빨래 등과 같은 동작을 반복함에 따라 두꺼워진 외피에 의해 손목 터널이 좁아지게 되면 손을 쓸 때마다 압박 자극을 받게 된다. 이상 증상은 손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화되고, 악력이 약해지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이상은 엄지부터 약지까지만 나타난다. 새끼손가락은 정중신경의 지배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그림 참조).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나 미용사, 요리사,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는 직장인에게 주로 나타난다. 처음엔 손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없어지며, 심하면 손목 통증 때문에 물건을 집을 수 없게 되거나 주먹을 쥐기조차 힘들어진다. 또 엄지 두덩이 근육 약화로 얇아져 푹 꺼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통증은 낮 시간 보다는 손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밤에 심하다. 또 보통 주부들은 손이 저린 증상만 겪는데 반해, 청소년들의 경우 손이 저리며 엄지손가락의 관절도 같이 아픈 게 특징이다.
문 교수는 “가끔 손이 저리고 아파 손을 주무르거나 털어주면 증세가 사라지는 경우를 반복 경험할 때는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음파 유도 국소 주사치료 효과 ‘굿’=자신이 손목터널증후군에 걸렸는지 여부는 자가 손목꺾기 검사를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손목을 90도 각도로 꺾은 상태에서 양쪽 손등을 마주 댄 채 버텨 보는 것이다.
만약 이 검사에서 손이 저리고 아파서 30초도 버티기 힘든 사람은 손목 터널의 이상으로 인해 정중신경이 압박 자극을 받고 있음을 의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증세가 심하지 않은 손목터널증후군은 최대한 손목 사용을 줄이고, 더운 물에 20∼30분씩 찜질을 해주거나 틈틈이 손을 가볍게 터는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을 때는 밤에 잠을 잘 때 손목을 고정시키는 부목을 착용하면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약물치료로는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요법이 효과적이다. 초음파 영상을 보며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손목 터널의 외피 쪽에 스테로이드 약물을 마취약 성분과 함께 섞어 직접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통증 완화 효과는 3∼6개월간 지속된다.
대구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상곤 박사는 지난 1∼6월, 성인 남자 3명과 여자 19명 등 모두 22명의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1∼2회 시술하고, 3∼5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모두 더 이상 손 저림 증상을 겪지 않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물론 이 같은 약물치료에도 불구, 자꾸 재발할 경우엔 좁아진 손목 터널을 인위적으로 넓혀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 박사는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이 굽혀진 상태에서 힘을 주지 않으며, 손목을 꺾은 채 장시간 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집안일을 할 때도 때때로 손과 손목을 털어 손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