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감염자 녹내장 위험 2배 높다”

입력 2010-12-12 17:41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 균에 감염된 사람은 위염 및 위암 뿐 아니라 녹내장 발병도 경계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안과 박기호(사진), 김석환 교수팀은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안과 김준모 교수와 공동으로 한국인 1220명의 HP 보균 여부와 녹내장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 중 혈액검사 결과 HP균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743명,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477명이었고, 안압은 모두 정상 범위(10∼21㎜Hg)였다.

그러나 HP균 양성 판정자의 10.2%(76명), 음성 판정자의 5.9%(28명)가 정상 안압 녹내장에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HP균 감염자가 안압이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비감염자에 비해 녹내장에 걸릴 위험도가 배가량 높다는 뜻이다.

정상 안압 녹내장이란 안압이 높지 않은데도 녹내장이 진행되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은 비정상적인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손상되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보는 기능이 약해지는 병을 말한다. 따라서 의학계는 요즘 안압이 정상 수준인데도 녹내장 증상이 나타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박 교수팀은 이를 위해 만성 위염과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HP균에 주목했다. HP균에 의해 위 점막에 염증이 생성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HP균에 대한 자가 면역반응으로 시신경주위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주위 혈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HP균은 최근 위장관에서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동맥경화, 치매, 편두통 등과 같이 소화기능과 관련이 없는 병의 발생에도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녹내장의 경우 HP균 감염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로 작용하긴 하지만 녹내장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