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IT의 역사’ 펴낸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교수, “한국이 IT 강국? 천만의 말씀!”
입력 2010-12-10 18:35
관동의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정지훈(40) 교수의 이력은 독특하다.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보건정책관리학 석사, 미국 남가주대학(USC)에서 의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한국으로 돌아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IT 정책 자문역할을 했고, 현재 IT융합연구소장을 맡으며 의학과 IT의 통섭과 융합을 이끌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글을 기고할 정도로 신기술에 열광해 온 그는 IT 책을 꾸준히 내며 기고도 자주 해 왔다.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거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거의 모든 IT의 역사’(메디치)를 최근 펴냈다.
10일 서울 광화문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교수는 스마트폰의 양대 주자인 아이폰과 갤럭시S를 양손에 들고 나타나 IT 거인들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풀어냈다.
“구글과 애플은 형제 같은 사이였어요. 벤처캐피털도 같은 곳이고 이사회 임원들도 거의 같았죠. 애플은 아이폰을 준비하면서 구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2006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구글의 에릭 슈미트를 집으로 초대해 커피를 마시며 아이폰의 미래를 얘기하곤 했죠. 하지만 이듬해 두 회사는 원수가 됩니다. 아이폰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자 에릭 슈미트가 스티브 잡스에게 칼을 들이댄 꼴이죠.”
정 교수는 ‘거의 모든…’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에릭 슈미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태어난 1955년부터 시작해 이들이 성장하고 꿈을 이루는 역정을 따라갔다. 또 세 기업이 어떻게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갖게 되는지도 상세하게 조명했다.
정 교수는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IT 세계를 평정하려고 경쟁하는 현 상황을 ‘IT 삼국지’라고 표현했다. 특히 각자 고유 영역에 진을 치고 있던 세 기업이 다른 영역을 침범하면서 전쟁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네트워크 분야를 점령하던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을 본격 출시하며 애플 시장의 잠식을 노리고, 구글 독스를 선보이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남이 이미 개발한 방식을 응용하는 수준으로는 1인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작은 창고에서 시작해 천하 패권을 다투고 있다”면서 “우리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경험을 잘 읽고 이를 IT 서비스로 연결한다면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IT 세상에서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