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외치더니…與 서민예산 칼질

입력 2010-12-11 00:56

새해 예산안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해 압승 분위기에 젖었던 한나라당이 10일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처리 과정에서 당 대표의 공약 예산이 누락돼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당 지도부는 서둘러 후속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8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누락시킨 주요 예산은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사업비 30억원과 불교계에 약속한 템플스테이 지원사업비 중 63억원 등이다. 6·2지방선거를 거치며 야도(野道)로 돌아선 강원도 민심을 다잡고, 정부여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불교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상수 대표가 직접 예산 확보를 약속해온 사업들이다.

그러나 예산이 삭감되면서 안 대표의 약속은 허언이 됐다. 이에 안 대표는 “정책위의장을 통해 (관련 예산을) ‘칼질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조사해보라고 지시했다”며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는 이번 예산에서 제외됐고, 필수예방접종 예산은 무료접종을 민간병원으로 확대하기 위한 증액분이 반영되지 못했다. 양육수당 예산은 소득 하위 70% 확대를 위한 증액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예산이 깎이긴 했지만 당초 약속한 예산 지원은 반드시 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누락된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아 정부 기금에서 전용하거나, 추경예산을 편성해 반영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형님 예산, 과메기 예산은 챙겼지만 국정 예산은 놓쳤다. 심지어 꼭 하겠다던 예산마저 놓친 것이 이명박 정권의 능력”이라며 “무질서하고 계획조차 없는 이 정권을 심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도 보도자료를 통해 “여권은 간병서비스를 급여화한다고 하더니 전액 삭감했고, 산모신생아 도우미예산,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예산도 삭감했다”며 “보건복지위가 증액했으나 본회의 통과 시 전액 삭감된 예산만 80개”라고 비판했다.

노용택 강주화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