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장외투쟁 수위 높이지만… “안보정국서 동력 잃을라”
입력 2010-12-11 00:57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다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섰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중단했던 장외투쟁을 17일 만인 8일 저녁부터 재개한 것이다.
서울광장 천막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운 손 대표는 9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불안, 안보불안을 틈타 (예산안을) 날치기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이명박 독재 정권을 반드시 막아 내겠다. 민주주의를 꼭 지켜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한 새해 예산안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 동의안, 서울대 법인화법 등의 무효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이어갔다. 또 서울광장에서 최고위와 지도부-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잇따라 여는 등 장외투쟁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서울광장에서의 100시간 천막서명운동이 끝나는 화요일부터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4대강 사업의 부당성 등을 알리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의 명분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또 여야 간에 심의를 어느 정도 끝내놓은 뒤 총액 삭감규모를 두고 논쟁하다가 격돌했던 그동안의 예산안 강행처리 상황과 달리 이번에는 심의가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수적 우위를 이용해 ‘날치기’를 하고, 이 과정에서 법률안 끼워넣기가 이뤄져 국민적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상호 전 의원은 “야당이 심의에 응하지 않거나 회의 진행을 막은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치기를 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이는 국회 스스로 자신의 권능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외투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한다. 당 관계자조차 “한겨울이어서 2008년 촛불집회 같은 자발적인 대중참여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여기에다 안보 불안 상황에서 야당의 장외투쟁이 자칫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결국 여론전이 승패를 가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 2012년 총선·대선까지 끌고 가는 장기전을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전략통은 “여론의 조명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꾸준히,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민사회, 종교계 등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한나라당 소속 정의화 국회 부의장과 이주영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민주당은 정 부의장이 지난 8일 여야 교섭단체 대표 간 협의 없이 열린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일방 처리해 국회 의사진행 권한을 남용했고, 이 위원장은 예결위 회의 일시와 장소 등을 임의변경해 야당 의원의 예산심의권을 박탈하는 등 관련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다음주에는 박희태 국회의장도 제소할 방침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