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세밑이면 ‘무법국회’… 근본 대책은
입력 2010-12-10 18:21
소수의견 반영하는 議事결정 시스템 마련을
한나라당이 지난 8일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국회 난투극은 역대 어느 때보다 심했다. ‘괴력’의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게 주먹을 날렸고, 강 의원은 그 분풀이로 옆에 있던 경위에게 손바닥을 날렸다. 의원 보좌관들은 아버지뻘 되는 타당 의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덤볐다. 본회의장 의장석 위에서 벌어진 의원들의 몸싸움도 살벌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3년째 반복된 연말 국회 풍경이다. 국회 관계자는 10일 “해마다 폭력의 강도는 높아지는데, 자꾸 반복되다 보니 다들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떤 폭력도 용서될 수 없지만, 국회의원의 폭력은 더더욱 그렇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국회는 국민의 기초생활을 규정하는 법률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폭력은 일반인들의 정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자괴감을 토로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수도권 초선의원은 “선후배 의원들이 눈앞에서 뒤엉켜 있는데…, 국회의원을 계속 해야 할지, 정말 참담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왜 우리는 이 정도밖에 안될까. 왜 우리는 늘 이렇게 해야만 하나”라고 했다. 그렇다면 국민은 물론 의원들도 원하지 않는, 일상화된 국회 폭력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뭘까. 한나라당은 국회 선진화 관련법을 서둘러 처리하겠다고 한다. 여당은 지난해 7월 미디어법 통과 때 폭력사태를 계기로 국회 질서유지법과 국회 회의방해 범죄 가중처벌법을 같은 해 12월 발의했다. 법안은 국회의장·상임위원장석 점거를 금하고 의원이 폭력으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자격을 상실한다는 것 등이 골자지만, 여야의 의견이 달라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근시안적인 해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이현우 교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점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다수결로 정하기로 했으면 그걸 지켜야 하고, 다수결 제도 자체의 문제를 보완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처럼 소수가 충분히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익대 법학과 임종훈 교수는 “반대 의견이 있을 경우 본회의 상정기간을 유예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폭력사태를 근절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유권자의 심판밖에 없다는 의견도 많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국회가 윤리특위 징계와 폭력근절 법 제정을 한다지만 이는 여론무마용”이라며 “유권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지난해 ‘폭력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추진해 여론의 지지를 받았지만, 입법에 협조할 의원을 찾지 못했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