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쿠크’ 논란 왜?… 오일머니 유치 명분 불구 “자본주의 부정” 비판
입력 2010-12-10 22:50
이슬람 채권(수쿠크)에 세금 면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정기 국회에서 무산됐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수쿠크에 과세 특례를 주는 것은 이슬람 투자자들에 대한 특혜이며, 그 수익이 테러지원금으로 둔갑할 가능성도 있다며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정부는 일반 외화채권과 똑같은 혜택을 주는 것일 뿐이라며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이슬람 채권이 뭐기에=지난 7일 수쿠크에 과세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됐다. 수쿠크는 중동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국내외 금융회사를 통해 이슬람 국가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이다.
그러나 일반 채권과는 다르다. 이슬람율법(샤리아)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없어 채권 발행 자금으로 실물자산에 투자한 후 이자 대신 배당으로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예컨대 A회사가 수쿠크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야 한다. SPC는 채권을 팔아 조달한 돈으로 A회사 소유의 자산을 구입한다. A회사는 이 자산을 SPC로부터 임차한다. 이때 A회사는 SPC에 임대료를 지불한다. 일반 채권의 이자인 셈이지만 복잡한 거래 방식으로 인해 양도세, 부가가치세 등 많은 세금이 발생한다.
논란 배경과 향후 행보는=정부는 지난해 9월 중동의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해선 오일머니에도 일반 외화표시 채권처럼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현행 세법에서는 일반 외화표시 채권의 경우 이자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수쿠크의 경우 특수한 성격과 복잡한 거래 등으로 추가적으로 세금이 발생하므로 과세 특례를 주어야만 일반 채권과 똑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수쿠크에 과세 특례를 적용할 경우 이슬람 자금의 정치 무기화와 테러자금 연계 가능성이 있으며 과도한 특혜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장 강력히 반발하는 곳이 국내 기독교계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수쿠크를 채권으로 보고 임대료, 배당 등 모든 수익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며 “이자 수취를 금지하는 종교적 제약을 인정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책 방향이 외국인 채권에 대해 비과세하던 것을 과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 수쿠크에 대한 면세는 이러한 기조를 거스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샤리아에 따라 심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들 영향력이 커지면서 포교활동도 늘고 이에 따라 테러 위협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시 공은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겨졌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재정위 소속 한 의원은 “형평성 등을 들어 일부 의원이 계속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부가 죽는 소리를 해도 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