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 세무조사…“본격적 대기업 사정 신호탄” 관측
입력 2010-12-10 22:49
국세청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에 대한 정기세무조사가 이례적으로 그룹 오너를 겨냥하는 쪽으로 확대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달 16일부터 SK텔레콤을 대상으로 정기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SK텔레콤의 납품업체, 협력업체는 물론 SK㈜ 같은 그룹 계열사도 동시에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은 서울청 조사 4국 요원을 그룹 지주회사인 SK㈜에 보내 최 회장에 대한 관련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단순 소득신고 누락 및 탈세뿐만 아니라 최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들의 주식변동, 해외 불법자금유출 및 역외 탈세의혹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조사4국은 기획조사나 대기업의 비자금 및 총수 관련 조사를 주로 맡아 왔다.
한 업계 소식통은 “국세청이 SK그룹의 주식변동사항에 대해서도 면밀히 보고 있어 자연스럽게 최 회장 등 주요 주주들도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기세무조사를 벌이던 중 최 회장의 자금이동 등과 관련된 부분이 포착되면서 특별조사로 범위가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현동 국세청장이 최근 국내 회계법인과의 회동 자리에서 “대기업 오너 및 가족의 탈세 행위에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최 회장에 대한 조사가 다른 대기업 사정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검찰이 태광과 한화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 LG그룹 계열사 등 대기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올 하반기 집중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 정권이 임기 말을 맞고 있는 데다 내년에 선거도 없는 만큼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국세청이 조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 측은 “SK텔레콤에 대한 정기세무조사 외에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조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가 사실이더라도 큰 문제가 발견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