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국회에 ‘개헌 논의’ 소멸되나… 민주 “국회 짓밟고… 불가능”
입력 2010-12-10 18:16
여권이 예산안 강행 처리에 따른 경색 정국 돌파용으로 꺼낸 개헌론이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개헌 찬성론자였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0일 “개헌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이 전날 이원집정부제와 대통령 중임제를 결합한 구체적인 권력구조 개편을 거론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 누구 하나 이 장관의 말에 응대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일축했다.
그는 “국회를 짓밟고 난 바로 다음 날 개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3가지 개헌 불가 이유를 들었다. 우선 한나라당 내 이견을 지적했다. 그는 “소득세 법안은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계가 반대했기 때문에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표결을 못했고, 본회의 상정도 못했다”며 “부자 감세도 내부 이견으로 처리를 못하는데, 개헌 문제는 친박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개헌은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능한데 민주당과 친박계가 반대하고 있다”며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을 합할 경우 재적의원 298명의 3분의 1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도 어렵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 중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려면, 현재 국회에서 한창 개헌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은 그간 개헌의 데드라인으로 내년 상반기를 상정해 왔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반대했다. 그동안 개헌 논의 즉각 착수를 주장했던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5역 회의에서 “먼저 막힌 정국부터 뚫고 나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정도(正道)”라며 “국면 전환을 위한 개헌론은 진정성도 없고 그런 상태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도 없다. 지금은 개헌론보다 자숙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핵심 관계자는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개헌에 관심이 없다”면서 “정치권에서조차 일부를 제외한 다수가 개헌에 관심을 두지 않는데 (개헌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대로 (법 개정을 통한) 선거제도 개편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도 있다. 일각에서는 자칫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