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가 3.5%↑ 전망… 가계 시름 커진다
입력 2010-12-10 23:01
내년에 ‘물가 시름’이 한층 깊어진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5%로 치솟으면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싸늘하게 식은 서민 가계에 짙은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지는 셈이다.
또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한풀 꺾인다. 주요국의 더딘 경기회복, 유럽 재정위기, 중국 긴축정책,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 부각 등 안팎에서 몰려오는 불안요인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다. 한국은행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거세지는 물가 압력=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보다 0.1% 포인트 올렸다. 내년 물가 상승률 3.5%는 한은이 정한 물가안정 목표범위(2.0~4.0%)의 중심축인 3%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물가 상승률이 4.7%에 이르렀던 2008년 이후 3년 만에 최고치인 셈.
이미 물가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2.7%였던 물가 상승률은 하반기 3.2%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상반기에는 3.7%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과 함께 개인서비스요금·임금·TV수신료 인상, 전세가격 상승 등을 꼽았다.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에 주요국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원유 수요가 늘고,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2)로 크게 늘어난 글로벌 유동성이 상품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유가를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원유 도입단가는 올해 배럴당 평균 79달러에서 내년 87달러, 2012년에는 90달러까지 상승한다고 관측했다.
그나마 원자재(비철금속, 곡물 등) 가격은 올해의 가파른 상승세가 진정된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올해 21.0%에서 내년 3.0%, 2012년 6.0%로 완만해진다고 내다봤다.
또한 근원 인플레이션율도 높아지고 있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공급가격 변동 폭이 큰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수치다. 올해 1.9%에 머무른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내년과 내후년 모두 3.1%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저하고’형 경기=한은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5%로 추산했다. 정부 전망치인 5% 내외보다 낮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4.3%, 국제통화기금(IMF)의 4.5%, 한국개발연구원(KDI)의 4.2%와 엇비슷하다.
특히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다. 한은은 전년 동기 대비로 상반기에는 GDP 상승률이 3.8%, 하반기에는 5.0%라고 봤다.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게 본 것은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회복세가 강해지면서 국내 경기를 떠받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내수와 수출을 꼽았다. 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정부는 0.7% 포인트에 그치는 반면 내수는 2.5% 포인트, 수출은 2.0% 포인트를 기록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4.2%에서 내년 4.1%, 수출 증가율은 16.1%에서 9.6%, 설비투자 증가율은 24.3%에서 6.5%로 둔화를 예상했다.
한편 한은은 올 4분기에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4% 증가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6.1%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전망치대로 성장률이 나오면 2002년 7.2%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