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에 노벨증서·메달 올려놓자 기립박수 이어져
입력 2010-12-11 00:55
2010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끝내 ‘주인공 없는 행사’로 치러졌다. ‘빈 의자’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54)를 대신했다. 중국 정부가 부인 류샤(劉霞)와 친척 등의 대리 수상까지 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빈 의자만 덩그러니=노벨평화상 시상식이 10일 거행된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 강당. 단상 옆에 마련된 좌석 가운데 한 자리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비어 있었다. 류샤오보는 단상 뒤 벽면 사진 속에서만 시상식을 지켜봤다.
시상식은 하랄드 노르웨이 국왕과 소냐 왕비가 행사장에 도착한 오후 1시(현지시간)부터 시작됐다.
노벨위원회의 토르뵤른 야글란 위원장은 시상식 연설을 통해 “류샤오보 구금은 중국 정치체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류 부부는 물론 친지들도 참석하지 못한 사실만으로도 이 상을 그에게 주는 게 필요했고, 적절했음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또 “류샤오보가 중국 인권투쟁의 상징으로서 그의 견해가 장기적으로 중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에 석방을 촉구했다.
이어 노벨평화상 증서와 금메달을 빈 의자 위에 올려놓자 참석자들로 수분 동안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또 노르웨이 출신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리브 울만이 류샤오보가 지난해 12월 11년형을 선고받기 직전 발표한 진술서 ‘나에게는 적이 없다’를 영어로 정성스레 낭독했다.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시상식에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비롯한 저명인사, 이병현 주(駐) 노르웨이 주재 한국 대사를 비롯한 각국 대사 등 모두 1000여명이 참석했다. 반대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최소한 15개국 대사가 불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수상자가 참석하지 못한 것은 1935년 수상자인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츠키가 나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탓에 불참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시상식 행사 후에는 오슬로 시내에서 횃불 시가행진이 열렸고, 저녁에는 하랄드 노르웨이 국왕 주최 연회가 이어졌다.
한편 노벨 물리, 화학, 의학, 문학, 경제학상 등 평화상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 시상식은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개최됐다.
전 세계 석방 촉구 목소리=노벨평화상 시상식을 맞아 세계 각계 인사들의 류샤오보 석방 촉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해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별도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 부부가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시한 뒤 중국이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나보다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더 많은 인물”이라며 중국 당국에 그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와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도 석방 촉구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서방 비난 계속=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비난을 계속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상식 직후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것은 냉전시대 사고의 산물”이라며 “노벨위원회가 정치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일방적인 것과 거짓말은 설 땅이 없으며 냉전시대 사고는 인기가 없다”며 “이런 정치극은 중국 고유의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인민의 결의와 확신감을 결코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도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 배후에 ‘정치적인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