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평론가 고인환·권채린씨, ‘강남몽’ ‘허수아비춤’ 정면 비판

입력 2010-12-10 17:50

“소설로서 온전히 읽히지 않는다”

한국문학의 큰 흐름을 형성해온 황석영과 조정래 문학의 이상 징후를 지적하는 젊은 평론가들의 비평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고인환(41)은 다음주 발매될 연간지 ‘한국평화포럼 2010’에서 황석영의 ‘강남몽’과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에 대해, 그리고 문학평론가 권채린(36)은 이번 주 발매된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지에서 황석영의 장편 ‘강남몽’에 대해 각각 따끔한 일침을 날리며 풋풋한 비평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고씨는 ‘의도의 과잉과 형상화의 미흡’이란 제목의 글에서 “‘강남몽’은 말 그대로 강남 형성사를 다루고 있다”고 전제한 뒤 “등장인물들은 ‘꼭두각시놀음’의 캐릭터처럼 현실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희화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파편화된 에피소드들은 ‘강남 형성사’라는 중심 서사의 흐름에 온전히 수렴되지 못하고 제각기 부유하고 있는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모두 다섯 개장으로 이루어진 ‘강남몽’을 각 장별로 나눠 진단하고 있는 그는 이어 “2장(‘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의 주인공 김진을 중심으로 한 생동하는 인물들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격변의 근 현대사가 인물들의 구체적 삶을 삼켜버린 양상이다”라며 “하여, 김진이 주도한 ‘강남 형성사’는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에 머물렀다고 볼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아울러 표절시비에 휩싸인 4장(‘개와 늑대의 시간’)에 대해서도 “걸출한 주먹들의 세계가 ‘강남 형성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로 전락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이러한 구성상의 문제점과 세간에서 불거진 표절시비가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씨는 이어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에 대해 “‘경제민주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에 공감하면서도 작품 속으로 쉽게 몰입하지 못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그는 소설 속 “첫째 선진국의 기업들은 완전히 투명경영을 한다. 그러므로 전혀 탈세를 하지 않는다. 둘째 뒤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범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문장을 적시하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작가의 단순 명료한 현실인식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불러온다. 미국식 정의를 구현하는 선진국인지 아니면 유럽식 경제 모델에 바탕한 선진국인지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이러한 선진국들이 과연 투명하고 깨끗한 경제민주화의 길을 걸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또 “소설에 등장하는 일광그룹 회장이나 그를 떠받치는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도 평면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현실 인식이 그리 치밀하지 못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씨는 “‘허수아비춤’은 현실인식의 단순함과 투철한 계몽의식이 빚어낸 아포리즘 지향의 소설”이라고 결론지으면서 “지나치게 아포리즘에 의존하는 태도는 구체적 일상을 섬세한 감각으로 형상화하는 소설의 본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권채린 역시 ‘강남은 꿈꿀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비평을 통해 “황석영의 ‘강남몽’을 순순히 우리 시대의 의미있는 문제작으로 끌어안기에 망설이게 되는 것은 의외로 너무나 단순한 이유에서 기인된다”며 “소설이 소설로서 온전히 읽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남몽’에는 다양한 군상이 등장하지만 욕망의 차별성이 거의 읽히지 않으며 성격의 발전 또한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씨를 “‘강남몽’의 인물들은 역사의 주요 갈피와 흐름을 실감나게 체현한 개인이 아니라 역사에 압착된 개인”이라고 전제, “이는 ‘강남몽’이 주어진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인물들을 서사를 전개시키기 위해 매우 기능화된 단자로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강남몽’은 거대한 역사의 지류를 조형화하기 위해 다층적인 욕망, 차이의 욕망이 발산하는 역동적인 서사의 세계를 방기한 매우 순응적인 텍스트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들 평론가들의 지적은 두 대형작가들의 작품성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현상을 긴급 진단한 것으로, 문단 권력에 순응해 실종된 비평정신의 회복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