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세상 쓴맛’ 성장한 해리포터, 마지막 대결만 남았다

입력 2010-12-10 17:55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장점은 박진감과 상상력 넘치는 판타지라는 데 있지 않다. 관객은 주인공 해리와 친구들이 겪는 성장의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그들과 더불어 나이를 먹는다.

열 살의 다니엘 래드클리프(해리 포터 역)가 2001년 책에서 튀어 나온 듯 생생한 꼬마 마법사의 모습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지 올해로 10년째. 이들이 자란 만큼 관객들에게도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 시리즈도 배우, 관객과 함께 성장했다. 시리즈의 7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은 어린이의 시선에서 출발했던 이 판타지가 어느덧 어른들의 것이 되었음을 보여 준다.

덤블도어 교장의 죽음과 더불어 호그와트 마법학교는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의 손으로 넘어갔다. 더 이상 호그와트라는 보호막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된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은 볼드모트의 영혼을 나눠 담은 ‘호크룩스’를 찾아 파괴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러던 중 친구 루나의 아버지를 만나 죽음의 성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죽음의 성물을 소유한 사람이 죽음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 사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볼드모트보다 먼저 죽음의 성물을 찾아내야 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된다.

영화 속 해리의 나이는 17세. 밝고 명랑한 판타지에서 시작된 시리즈가 3편 ‘아즈카반의 죄수’부터는 선과 악의 내적 대립, 어른들의 권력욕과 사춘기의 방황을 그리며 점차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는데 이번 편은 그 절정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어린이라면 의무적인 ‘위치추적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한 이 시점에 덤블도어라는 울타리를 잃게 된 세 주인공은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새로운 세상에서 아이들의 몰골은 상처와 얼룩으로 범벅이 되고, 믿는 이의 배신을 경험한다. 그저 웃고 떠들며 몰려다니기만 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해리에게 품고 있는 론의 질투와 열등감이 드러나고, 해리는 운명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 사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화끈한 대결과 최후의 전투를 기대했던 팬이라면 실망스럽지만 다음 편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겠다. 학교를 벗어난 해리와 친구들의 모험은 ‘드디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악마와의 마지막 대결을 앞둔 ‘워밍업’, 그러나 이를 놓친 관객이라면 해리 포터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빠뜨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관람가. 15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