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폭과 다름없는 선배 대학생의 집단 폭행

입력 2010-12-10 17:56

군대에서도 거의 사라진 집단 폭행이 동국대에서 자행돼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대학 폭행 사건은 사전에 막을 수 있었는데도 대학 당국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3학년생들은 지난 6일 교내 체육관에서 유도 승단 심사 신청을 하고 불참한 2학년생 14명을 각목으로 10∼30대 구타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피해 학생들의 사진을 보면 허벅지가 퉁퉁 붓고 피멍이 들었다. 상아탑 안에서 벌어진 폭행이 아니라 조직폭력배에게 끌려가 집단 구타를 당한 모습을 연상시킬 정도다. 3학년생들은 1·2학년 학생 전원을 집합시켜 놓고 선배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보복이 가해지는지 3시간 동안 지켜보게 했다. 집단 공포심을 느끼게 한 것이다.

이번 폭행 사건은 동국대가 학부모의 사전 제보를 묵살하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학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3학년생들이 1·2학년생 전원 집합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학부모가 학과 사무실로 전화해 “집합통보를 받고 공포에 질린 아이의 연락을 받았는데, 집합 자체를 저지해 달라”고 요구했는데도 학과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조교 등이 폭행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경찰행정학과에서는 종종 선배들이 후배들을 폭행했을 뿐 아니라 신입생들의 사생활까지 간섭했다고 한다. 여학생에게는 치마와 액세서리 착용을 금지했고, 남학생에게는 모자를 쓰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율성과 개성을 무시하고 억압과 통제를 강요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을까. 이들이 졸업 후 경찰이 됐을 때 국민 위에 군림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동국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여 가해자를 처벌하고, 폭행을 예방하지 못한 대학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하기 바란다. 후배들에 대한 선배들의 폭행이 동국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학기 초에 신입생을 상대로 자행되는 폭행이나 얼차려는 일상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대학들은 동국대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